어제 통장에 보너스가 들어왔어요. 선고받은 지 딱 1년이 되는 시점이었네요. 작년 이맘때쯤엔 이런 게 들어올 거라고 상상도 못 했는데, 이번엔 다르더라고요. 금액을 확인하고 잠깐 멍했어요. 그동안 제대로 일했다는 증거가 통장에 쌓여 있었구나 싶었어요.
사건이 나던 해는 보너스를 받지 못했습니다. 당연했죠. 그 이후로 직장 복귀했을 때도 계약직이어서 보너스 대상이 아니었어요. 정직원으로 전환되고 1년이 지나니까 이제 정산 대상이 된 거예요. 변호사가 선고 이전에 "앞으로의 직장 안정성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어요. 그때는 뭔가 멀게 느껴졌는데, 지금 보니 그게 이런 의미였나 싶었어요.
보너스를 받으니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통장에 숫자가 늘어나는 게 눈에 보이니까, 작년 겨울부터 매일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서 근무했던 게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잠을 줄이던 날들도 있었고, 퇴근 후 운동 때문에 힘들었던 날들도 있었는데. 그게 다 쌓여서 이렇게 숫자로 돌아오니까 좀 다르네요.
아내가 "이제 진짜 새 출발하는 거네"라고 했어요. 저도 그렇게 봐요.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로 어떻게 살았는지가 다 기록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통장에, 직장 평가에, 아이들이 아빠를 보는 눈에도 다 남아 있는 거네요. 이번 보너스로 1년 동안 모았던 것들을 정리하고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