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터진 직후엔 집에서도 말이 별로 없었어요. 남편은 자책으로 힘들어하고 저도 뭘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거든요. 상담사분 말로는 그게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했는데, 그때는 우리 부부가 완전히 끝나가는 건 아닌지 싶을 정도였습니다.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가장 큰 변화가 이거였어요. 상담사가 "지금은 침묵도 신뢰의 시간이 될 수 있다"고 했을 때 좀 이상했는데, 실제로는 대화 방식을 배우는 게 중요했던 거 같아요. 남편도 법원 명령으로 받은 교육 프로그램에서 비슷한 얘길 들었나 봅니다. 어느 순간부터 저희가 같이 앉아서 그날 있었던 일을 조용히 나누기 시작했어요. 거창한 얘기는 아니고, 텃밭에 나온 것들 얘기라든지 동네 분과 있었던 일 같은 것들 말이에요.
지난주에는 남편이 제 상담 진행 상황을 물었어요. 처음에는 깜짝 놀랐습니다. 자기 일로도 죄송해하던 사람이 제 심리 상태를 챙기다니 싶었거든요. 그렇지만 그 한마디가 저는 정말 의미 있었어요. 양형자료에 넣을 진단서도 나왔는데, 상담사가 "가족 간 회복 과정이 눈에 띈다"고 썼더라고요. 그 문구를 읽고 남편 앞에서 울었어요.
아직도 어려운 날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화가 돌아온 것만으로도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심리상담이 단순히 개인 치료만 하는 게 아니라, 가족 관계를 다시 보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라는 걸 이제야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