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검찰청 가서 벌금을 다 냈어요.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걸 보면서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는데, 이제 이게 끝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한 가지 확실해졌어요. 내가 지난 몇 달 동안 얼마나 이 일에만 매달려 있었는지를요.
사실 벌금을 내기 전까지만 해도 마음 한구석에 뭔가 남아있던 것 같았어요. 법원 판결문을 받았을 때도, 항소장을 제출했을 때도, 결국 항소가 기각됐을 때도 계속 그런 기분이었거든요. 하지만 실제로 돈을 내고 영수증을 받으니까 비로소 '아, 이제 정말 끝났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상하지 않나요? 서류상으로는 다 끝났는데 돈을 내야 비로소 끝난 느낌이 오다니요.
벌금을 내고 나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어갔어요. 당연히 들어갈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뭔가 조심스러웠던 게, 지난 몇 달간은 사람들 많은 곳에 가는 것도, 누군가를 마주치는 것도 신경 쓰였거든요. 그런데 어제는 달랐어요. 그냥 편의점 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들어갔고, 계산대 직원과도 눈맞춤이 되어도 불안하지 않았어요.
요즘 생각해보니 내가 신경 썼던 게 얼마나 하나하나 그런 건지 알겠어요. 지난주에 회사 라운지에서 선배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나도 웃고 있었거든요. 누군가가 나를 이상하게 보는 건 아닐까, 혹은 내가 한 일이 들통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없이요. 내가 이렇게까지 달라지려면 시간이 필요할 줄 알았는데, 벌금 영수증 하나가 그렇게까지 큰 의미가 있을 줄은 몰랐어요.
어머니도 어제 기뻐하셨어요. 엄마한테는 전부 다 얘기했거든요. 처음엔 되게 실망하시고 화도 내셨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셨어요. 어제 밥을 먹으면서 엄마가 "이제 정말 다시 시작이야"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이 요즘 와닿더라고요. 내가 벌금을 내고 나오는 순간이 진짜 다시 시작하는 순간 같았어요.
이제부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을 많이 해요. 당연히 절대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안 되겠지만, 그것만이 아니라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내 안에 뭐가 부족했는지도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근데 그건 시간을 가지고 차근차근 하면 될 거 같아요. 지금은 그냥 벌금을 내고 영수증을 손에 들고 나온 이 기분을 좀 더 가지고 있으면 좋겠어요. 이 기분이 내가 정말 끝을 맺고 새출발하는 기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