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님이 반성문 초안을 보내주셨는데, 읽으면서 한참을 멈춰있었어요. 제 손글씨가 아니라 변호사님이 법적·윤리적으로 적절하게 다시 정리하신 글인데, 뭔가 낯설더라고요. 물론 그게 법정에서 더 효과적이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처음엔 좀 어색했습니다.
그러다가 생각해봤어요. 반성문이 단순히 판사님 눈에 띄기 위한 서류는 아니겠다고요. 제가 정말 뭘 잘못했는지,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했는지를 제 자신이라도 정확하게 알아야 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변호사님 버전을 읽으면서 중간중간에 "아, 이 부분은 내가 진짜 이렇게 생각했었나?" 하고 자문하게 됐어요. 그 과정이 꽤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반성문을 빨리 끝내고 싶었습니다. 빨리 제출해야 판사님이 봐주실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변호사님이 "너무 형식적이면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 말이 자꾸만 떠올랐습니다. 정말 내가 미안한 건지, 아니면 처벌을 피하기 위해 미안한 척하는 건지, 그 선 위에서 계속 맴돌게 됐거든요.
결국 저는 변호사님 초안에서 몇 문장을 다시 손으로 고쳐 넣었습니다. 제 말투로 돌려놓은 부분들이 있어요. 완벽한 법문 같은 걸 원하시는 게 아니라, 이 사건이 저한테 어떤 의미인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변호사님이 마지막에 한 번 더 봐주셨고, "이 정도면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요즘 느끼는 건데, 이 과정 자체가 일종의 정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법정에서 몇 년을 받느냐, 벌금이 얼마냐만큼이나 중요한 게, 내가 이 일을 통해서 뭘 배웠는가 하는 거 같습니다. 반성문 한 장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최소한 이 글을 쓰면서는 제가 진짜 무엇을 잘못했는지 마주했다고 느껴집니다.
아직 판결이 나지 않아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반성문이 완성되고 나니 한 단계를 넘은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다음 단계에서도 성실하게 임하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