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초기에는 밥을 먹어도 맛을 못 느꼈어요. 변호사 선임하고 서류 준비하면서 하루종일 머리로만 돌아가니까 자동으로 먹고 마시는 식이었거든요. 어떨 때는 점심을 거르고 저녁에 커피 몇 잔으로만 넘어가는 날도 있었어요. 당연히 밤이 되면 피곤하지 않아서 잠도 깊지 않았고요.
지난달쯤 변호사님이 조용히 한마디 하셨어요. "컨디션 관리가 중요합니다. 조율 단계에서 판단력이 흐려지면 손해입니다." 그 말이 얍싸하게 들렸어요. 맞는 말이었어요. 어차피 남은 건 합의 조율이고 법원 판단인데, 지금 자기 관리를 못 하면서 무엇을 하겠냐는 생각이 들었죠.
그 다음부터 의도적으로 시간을 정했어요. 점심은 회사 근처 밥집에서 제때 먹고, 저녁도 집에 와서 간단하게라도 밥상을 차렸어요. 한두 끼 건너뛰지 않으니까 자연스럽게 저녁 시간에 피곤해지더라고요. 수면제는 안 썼고, 그냥 규칙적인 식사 리듬만으로도 밤 11시 반 정도면 잠이 왔어요.
요즘은 오전 5시 반쯤 깨긴 하는데, 예전처럼 불안해서 깨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깨지는 거라 다르더라고요. 아침에 일어나서 간단한 밥 한 끼, 출근해서 업무 보고, 저녁에 서류 정리하는 루틴이 조금씩 안정되니까 마음도 차분해지는 기분이었어요.
아직도 합의서 작성이 남아있고 조율 과정이 불확실하긴 하지만, 이렇게 기본을 챙기다 보니 최소한 내 판단은 흐려지지 않을 것 같아요. 누군가는 사소해 보일 일상도 사건 한복판에선 결국 무기가 되는 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