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님이 양형자료 중 하나로 반성문을 제출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을 때, 저는 솔직하게 긴장했어요. 반성문이라는 게 단순히 잘못을 인정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았거든요. 법원에 제출되는 자료인 만큼,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제 처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번째 초안은 너무 뻔했어요. "깊이 반성합니다"로 시작해서 "다시는 하지 않겠습니다"로 끝나는, 마치 학교 생활지도실에서 받는 종이 같은 글이었습니다. 변호사님한테 보여줬을 때 "이건 너의 이야기가 아니다"라는 말씀을 받고 한참을 생각했어요. 맞았습니다. 저는 제 상황을 정말로 마주하지 않고 있었던 거더라고요.
두 번째는 너무 길었고, 세 번째는 너무 자책만 가득했습니다. 네 번째 버전에서는 감정적으로만 흘러갔고요. 외래 상담에서 상담사님과 이 부분을 나눴을 때, 상담사님이 말씀하신 게 기억에 남아요. "반성문은 당신이 무엇을 했는지, 그것이 왜 잘못된 일인지,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를 법원에 알리는 소통이다"라고요. 결국 진실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었습니다.
다섯 번째 초안을 쓸 때는 일기처럼 접근했어요. 작년의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써보려고 했습니다. 약을 끊은 이유, 그 과정에서 무엇이 힘들었는지, 제가 그 시절에 얼마나 피폐했었는지. 그리고 지금 여섯 달간 상담을 받으면서 달라진 것들. 변호사님이 검토해주셨을 때 "이제 됐다"는 말씀을 받았을 때의 감정은 이상했어요. 안도감과 동시에 어떤 무거움 같은 게 있었습니다.
제출 직전에 그 글을 다시 읽어봤을 때, 저는 제 반성문을 통해 처음으로 제 자신을 온전히 본 것 같았습니다. 그동안 외래 상담에서도, 일기를 쓸 때도 피했던 부분들까지요.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것이 누구에게 어떤 상처를 줬는지. 변호사님이 말씀하신 대로 이건 법원에 제출하는 서류인 동시에 제 자신과의 대화이기도 했던 거예요.
지금은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고, 이 반성문이 양형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요. 이 과정을 통해 저는 단순한 회피가 아니라 제 상황을 정직하게 직시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의 여섯 달, 앞으로의 모든 시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