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변호사님이랑 전화 통화하면서 한 얘기가 계속 맴돈다. 공판 가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하자는 취지였는데, 결국 제 반성 태도가 얼마나 일관되게 드러났느냐가 중요하다는 거였어요. 합의금을 낸 것도 중요하지만, 언제 낼 생각을 했는지, 왜 그 타이밍에 낸 건지가 판사 입장에선 결국 성의의 문제로 읽힌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수사 초기엔 약간 방어적이었거든요. 상대방도 때렸으니 정당방위 아닌가 하는 마음이 있었고, 그걸 진술조서에도 어느 정도 반영돼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무리 상대가 먼저 손을 올렸더라도 제 주먹이 나간 건 피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 깨달음이 합의로 이어졌고, 반성문으로도 표현하려고 했는데, 변호사님은 그 과정 자체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판사가 보는 건 결국 '이 사람이 정말 성장했는가' 하는 부분이거든요. 처음부터 완벽하게 반성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수사 과정에서 조금씩 깨달음을 얻고 합의라는 실질적 행동으로 옮긴 것도 의미가 있다는 얘기더라고요. 변호사님이 강조했던 게 '동기 진술'의 중요성이었어요. 공판에서 법정에 서면 판사가 직접 물어본다는 겁니다. 왜 이 사건 이후로 변했는지, 합의금을 낼 때 어떤 심정이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 건지. 그 대답이 형식적이면 안 되고 진심이 드러나야 한다고 했어요.
지금 공판 준비하면서 느끼는 게, 법적으로는 이미 많은 게 결정된 상태라는 겁니다. 합의서도 제출했고, 반성문도 제출했으니까요. 남은 건 그 서류들이 정말 제 진심을 담고 있는지를 법정에서 재확인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약간 불안하긴 한데, 변호사님이 여러 사건을 다루면서 본 경험상 이런 동기 진술을 솔직하게 하는 사람들이 양형에서 더 나은 결과를 받는다고 했어요. 물론 보장은 없지만요.
다음 주가 공판 기일인데, 지금은 그냥 법정에서 할 말을 자연스럽게 준비하려고 합니다. 뭔가 대사처럼 외워서 말하면 더 나쁠 것 같고, 마음으로 느낀 것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욱했던 그날 이후로 지난 몇 개월이 제 안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 그걸 판사님께 전달할 수 있으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