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일하다 보니 어떤 식물은 자기가 먼저 시들어야 다음 것이 자란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남편 사건 때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처음엔 상대방이 잘못했다고만 생각했는데, 판사님 앞에서 "저희도 먼저 손을 높이 들었어야 했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분위기가 달라졌거든요.
합의도 그렇게 빨리 나왔어요. 변호사님은 "상대방이 우발성과 쌍방 과실을 인정하는 당신의 태도를 봤을 거다"라고 하셨어요. 반성문도 처음엔 "저희는 피해자인데"라는 마음으로 썼다가, 다시 읽고 그 부분들을 빼버렸습니다. 판사님이 원하는 건 책임 회피 같지 않아요.
요즘 생각해보니 합의금 액수나 판결보다 "먼저 손을 놓는다"는 게 양형에 훨씬 더 영향을 미쳤던 것 같습니다. 텃밭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