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합의금을 쓰기 전에 나눈 말

🌲· 약 2개월 전· 👁 17· ♥ 1· 💬 3

합의서에 사인하기 며칠 전, 남편과 처음으로 제대로 앉아서 얘기했어요. 법원 조정 과정에서 상대방도 상처를 입었다는 걸 듣고, 우리 가족이 어떻게 이 지경까지 왔는지를 차근차근 말하게 됐거든요.

사실 처음에는 합의가 단순히 처벌을 줄이기 위한 수단이라고만 생각했어요. 변호사님도 합의의 시점이 양형에 중요하다고 강조하셨고, 합의금액이나 합의서 내용을 어떻게 작성할지가 판사 눈에 띌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양형자료로서의 합의의 가치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던 거죠.

그런데 막상 상대방과 전화통화를 하고 나서는 뭔가가 달라졌어요. 상대방이 아직도 어깨 통증이 있다고 했을 때, 우리 가정의 문제가 결국 그분을 다치게 한 거라는 게 실감났거든요. 그게 반성문을 쓸 때 손에 잡혔어요. 의무적으로 쓰는 게 아니라, 정말로 내가 한 행동을 마주하는 기분으로요.

변호사님과의 마지막 상담에서 동기 진술을 정리할 때도 그랬어요. '왜 그 순간에 손을 들었나'를 솔직하게 써야 한다고 하셨는데, 변명이 아니라 정말 그 당시의 절망감, 서로의 말이 안 통한다는 좌절감, 그리고 나의 잘못된 선택을 있는 그대로 써 내려갔어요. 판사가 읽을 것도 있겠지만, 내 자신과 남편이 읽기 위해서도요.

1심 판결이 나왔을 때 감경된 처벌을 받은 건 물론 합의 사실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우리 문제를 직시했다는 거예요. 합의금은 법적 절차의 일부였지만, 그 전에 나눈 대화와 반성은 우리가 다시 살아가기 위한 토대가 됐어요. 아직 멀었지만, 적어도 더 이상 서로를 원망하지 않으면서 집에 앉을 수 있게 됐거든요.

다시봄을 의 다른 글

전체 보기 →

댓글 3

이 게시판의 댓글은 회원만 볼 수 있습니다. 로그인 →

폭력·상해 의 다른 글

전체 보기 →
직장에 알려질까봐 밤새 고민했어요[8]HOT🌲둘이서 멈춤·어제반성문 쓸 때 밥을 못 먹었던 날들[8]HOT🌲다시봄을·어제잠을 못 자니까 판단이 흐려지더라요[8]HOT🌲둘이서 멈춤·07-14공판 증인신문 준비, 내 진술 순서가 이렇게 중요하다니[6]HOT🌳욱했던그날·07-13합의금을 얼마씩 나눠서 낼지가 생각보다 중요하네요[6]HOT🌲둘이서 멈춤·07-13반성문에서 음주 핑계 빼니까 달라지네[8]HOT🌲둘이서 멈춤·07-12정당방위 주장했다가 깨달은 것들[9]HOT🌳욱했던그날·07-10합의금 선금이 판단을 바꾼다는 얘기가 사실이네요[6]HOT🌲둘이서 멈춤·07-10항소심 준비하면서 느낀 것들[6]HOT🌳욱했던그날·07-09벌금형 나올 것 같은데 합의금이랑 별개인가요[7]HOT🌳욱했던그날·07-08항소심에서 새로운 진술이 먹혀들었어요[6]HOT🌲둘이서 멈춤·07-08합의금 액수 결정, 생각보다 복잡했어요[5]HOT🌳욱했던그날·07-07합의금 납부 시점이 의외로 중요하네요[6]HOT🌲둘이서 멈춤·07-07반성문 쓸 때 '진짜 후회'를 어떻게 드러낼지가 문제였어요[7]HOT🌳욱했던그날·07-06피해자 진술서가 양형에 미친 영향, 생각보다 컸어요[5]HOT🌳욱했던그날·07-05복직 면접 보기 전에 합의서 받아야겠다[6]HOT🌲둘이서 멈춤·07-05공판 전 변호사와 나눈 대화가 생각날 때[6]HOT🌳욱했던그날·07-04동의서와 반성문, 순서가 중요하다는 걸 뒤늦게 알았어요[6]HOT🌳욱했던그날·07-03합의금 분할 계획이 판사 심증을 바꿀까[8]HOT🌲둘이서 멈춤·07-03합의 늦춘 게 판사 인상에 영향을 줬을까[4]HOT🌳욱했던그날·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