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서에 사인하기 며칠 전, 남편과 처음으로 제대로 앉아서 얘기했어요. 법원 조정 과정에서 상대방도 상처를 입었다는 걸 듣고, 우리 가족이 어떻게 이 지경까지 왔는지를 차근차근 말하게 됐거든요.
사실 처음에는 합의가 단순히 처벌을 줄이기 위한 수단이라고만 생각했어요. 변호사님도 합의의 시점이 양형에 중요하다고 강조하셨고, 합의금액이나 합의서 내용을 어떻게 작성할지가 판사 눈에 띌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양형자료로서의 합의의 가치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던 거죠.
그런데 막상 상대방과 전화통화를 하고 나서는 뭔가가 달라졌어요. 상대방이 아직도 어깨 통증이 있다고 했을 때, 우리 가정의 문제가 결국 그분을 다치게 한 거라는 게 실감났거든요. 그게 반성문을 쓸 때 손에 잡혔어요. 의무적으로 쓰는 게 아니라, 정말로 내가 한 행동을 마주하는 기분으로요.
변호사님과의 마지막 상담에서 동기 진술을 정리할 때도 그랬어요. '왜 그 순간에 손을 들었나'를 솔직하게 써야 한다고 하셨는데, 변명이 아니라 정말 그 당시의 절망감, 서로의 말이 안 통한다는 좌절감, 그리고 나의 잘못된 선택을 있는 그대로 써 내려갔어요. 판사가 읽을 것도 있겠지만, 내 자신과 남편이 읽기 위해서도요.
1심 판결이 나왔을 때 감경된 처벌을 받은 건 물론 합의 사실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우리 문제를 직시했다는 거예요. 합의금은 법적 절차의 일부였지만, 그 전에 나눈 대화와 반성은 우리가 다시 살아가기 위한 토대가 됐어요. 아직 멀었지만, 적어도 더 이상 서로를 원망하지 않으면서 집에 앉을 수 있게 됐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