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터진 후 처음으로 엄마랑 식탁을 마주 앉았어요. 그동안 엄마한테 너무 미안해서 얼굴을 제대로 못 봤거든요. 변제하고 합의서 받고 하면서 시간이 지나다 보니, 엄마도 조금씩 말을 거시기 시작했고, 어제는 제 몫의 반찬까지 챙겨주셨어요.
사실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가족 관계였어요. 횡령이라는 게 단순한 경제 범죄가 아니라, 신뢰를 깨뜨리는 행동이잖아요. 엄마는 제가 회사에 다닐 때 자랑스러워하셨고, 제 급여로 남은 돈으로 용돈을 드렸는데, 그게 다 거짓이었단 걸 알게 되신 후로는 제 말 한마디도 믿지 못하셨던 것 같아요. 직업훈련 다니겠다고 했을 때도, 상담 진단서 받으러 간다고 했을 때도 의심의 눈초리가 있었어요.
변제를 마친 후부터는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복직한 후 급여를 명확하게 계산하고 엄마한테 보여드렸고, 출근 기록도 함께 봤어요. 상담 진단서도 받자마자 엄마한테 먼저 내용을 설명해드렸어요. 반성문을 쓸 때도 엄마 앞에서 썼고, 무슨 내용인지 읽어드렸어요. 작은 것처럼 보이지만, 저한테는 투명함을 되찾는 과정이었어요.
요즘은 엄마와 대화할 때 어떤 일이 있으면 바로 말씀드려요. 검찰 처분이 언제쯤 날 것 같다는 변호사 말씀도, 회사에서 있었던 일도, 돈 쓴 일도. 엄마가 제 신원보증인이 될 가능성도 있으니까, 엄마가 사건의 모든 진행 과정을 알고 계셔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어제 밥을 먹으면서 엄마가 "넌 이제 좀 나아 보인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제가 변했다는 뜻이 아니라, 제 변화를 엄마가 조금씩 믿기 시작했다는 뜻인 것 같았어요. 아직 멀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