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님한테 처음 들었을 땐 솔직히 반신반의했어요. 일정표? 그게 뭐하는 건가 싶었죠. 근데 생각해보니 검찰이랑 법원에서 보고 싶은 게 바로 그거더라고요. 사건 이후 당신이 진짜 달라졌냐는 걸 보는 거니까요.
지난주부터 시작했는데, 하루하루를 시간 단위로 기록하고 있어요. 아침 몇 시에 일어났고, 몇 시에 출근했고, 퇴근 후에 뭘 했는지. 주말에는 가족과 시간을 보냈는지, 자기계발을 했는지. 약간 강박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게 나중에 법정에서 '피고인이 성실하게 생활했다'는 증거가 된다니까요. 특히 변제 후 이 기간이 중요하대요.
요즘 패턴은 이렇습니다. 평일은 정해진 시간에 출근, 퇴근. 저녁에는 온라인 법정교육 한두 과목씩. 주말 오전은 독서나 자격증 공부. 오후는 가족 시간. 술은 안 마시고 있어요. 합의서에 성실한 태도 약속했으니까요. 이런 게 다 기록되면 나중에 사건 진행될 때 제출할 수 있는 자료가 되는 거죠.
처음엔 이게 증거가 될까 싶었는데, 변호사가 설명해주니 이해가 됐어요. 검사나 판사는 합의서만으로는 '진정성이 뭔지' 모르잖아요. 그런데 석 달, 여섯 달 동안 차곡차곡 쌓인 일정표와 영수증들, 교육 수료증들을 보면 '아, 이 사람이 정말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대요. 특히 횡령 사건처럼 신뢰 관계가 깨진 경우엔 더더욱.
지금 한 가지 신경 쓰는 건 기록의 일관성이에요. 너무 '만들어진' 느낌이 들면 안 되니까 자연스럽게, 그리고 빈틈없이. 영수증도 보관하고, 교육 수료 사진도 찍어놓고 있습니다. 나중에 한 달치, 세 달치를 모아서 제출할 때 시간대가 맞지 않거나 허술한 부분이 있으면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