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판결이 난 지 한 달쯤 지났을 때 변호사님이 항소심 준비를 위해 심리상담을 받아보라고 권하셨어요. 그때만 해도 저는 이미 충분히 상담을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양형자료용 진단서를 받아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다시 예약을 잡았습니다.
상담사분을 처음 만났을 때는 어색했어요. 지금까지 받았던 상담은 주로 남편 사건 이후 제 마음을 정리하는 차원이었다면, 이번에는 목적이 명확했거든요. 법정에 제출할 서류를 위한 상담이라는 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혹시 진심이 아니라고 느껴질까봐요.
하지만 상담사분은 달랐어요. 처음 만나는 시간부터 "서류를 위한 상담도 당신의 실제 마음이 담겨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이 참 편했어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그 뒤로 네 번을 더 만났는데, 매번 새로운 것들이 보였어요. 내가 왜 그렇게 화났었는지, 지금도 어떤 부분에서 괴로워하는지.
진단서가 완성됐을 때 상담사분은 "이 글이 당신의 회복 과정을 기록한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법정 제출용이 아니라, 제 자신을 위한 기록이라는 뜻이었어요. 그제야 이 몇 달간의 상담이 무엇이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처벌 감경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제가 지금 정말 어디에 서 있는지를 아는 과정이었던 거죠.
항소심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적어도 제 마음은 조금 더 명확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