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몇 달은 정말 빡빡하게 살았어요. 아침 몇 시에 일어나서, 퇴근 후 몇 시에 운동하고, 저녁을 언제 먹을지까지 전부 계획했거든요. 변호사 선생님도 양형자료 준비할 때 "성실하게 생활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라고 했으니까, 그렇게 하면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3개월쯤 지나니까 이게 맞는 건 아닌 것 같았어요. 계획표를 못 지킬 때마다 자책했고, 조금 일찍 자거나 조금 늦게 일어나도 뭔가 실패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내도 그걸 눈치챘는지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냐"고 했는데 그때도 이해가 안 됐어요.
상담사한테 이 얘기를 꺼냈을 때 처음으로 뭔가 달라진 것 같았습니다. 상담사가 말했어요. 완벽한 시간표를 지키는 것보다, 일상을 다시 살아가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요. 매일 똑같은 패턴도 좋지만, 그 와중에 유연함이 없으면 오히려 더 힘들어진다는 뜻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계획표는 대략만 세웠어요. 운동은 하되 시간을 정하지 않고, 저녁 약속이 생기면 그냥 가고. 아내와 가끔 갑자기 영화를 보러 가기도 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이게 훨씬 낫더라고요. 양형자료 작성할 때도 "꼼꼼하게 살고 있습니다"라는 문구보다는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노력 중입니다"라는 게 더 진심 있게 들렸고요.
지금 생각해보니 사건 이후로 제일 먼저 버려야 했던 게 이 강박 같은 거였던 것 같습니다. 완벽함이 아니라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게 진짜 변화인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