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사건이 터진 직후, 경찰서에서 심리상담을 받으라는 권유를 받았어요. 그때는 거부했습니다. 왜냐하면 상담받는 게 죄를 인정하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니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나 싶어요.
수사 초기라는 게 정말 혼란스러운 시간이에요.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모르고, 남편이 어떤 처벌을 받을지도 알 수 없고, 내 자신이 어떤 심정인지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상담사가 몇 번이나 "지금부터라도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라고 말했는데 묵묵부답했어요. 변호사도 마찬가지였고요.
결국 6개월이 지나서야 상담을 시작했는데, 솔직히 훨씬 빨리 했으면 좋았을 거 같아요. 처음 몇 달은 마음의 상처를 자꾸 외면하려고만 했거든요. 상담을 받으면서 그게 얼마나 비효율적인 대응이었는지 깨달았어요. 양형자료로도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 텐데, 기간도 짧아졌고요.
지금 수사 단계에 계신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상담받는 것이 약함이 아니에요. 오히려 현실을 직시하는 첫걸음이에요. 진단서도 필요하겠지만, 그보다 본인의 정서 상태를 제대로 이해하는 게 이 난처한 시간을 견디는 데 정말 중요합니다. 저처럼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