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단계가 끝나고 1심 재판이 임박하면서 변호사님이 심리 검사를 권하셨어요. 처음엔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뭔가 나를 더 깎아내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미 할 만큼 했으니까, 차라리 전문가 의견이 양형자료에 포함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어요.
실제로 검사받을 때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심리사분이 저를 판단하려는 태도가 아니라 이해하려고 하시는 분위기였거든요. 어릴 때부터의 가정환경, 대인관계 패턴, 사건 당시 심리 상태까지 차근차근 물어봐 주셨어요. 처음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헤맸는데, 솔직하게 답하는 게 맞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진단서가 나왔을 때 복잡했어요. 한편으로는 내가 겪은 어려움들이 전문적으로 기록된다는 게 위로가 되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걸 법정에서 '증거'처럼 제출해야 한다는 게 낯설었어요. 피해자분이 보실 자료에 내 심리상태가 들어간다는 생각이 자꾸 거슬렸습니다. 하지만 변호사님은 이게 변명이 아니라 앞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근거가 되는 거라고 설명해 주셨어요.
지금은 그 진단서가 저를 도와줄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판사님이 어떻게 봐주실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내 노력이 기록되어 있다는 건 확실해요. 같은 상황에 있는 분들이라면 심리 검사를 꺼려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약점이 아니라 변화의 시작일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