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나고 나서 가장 힘들었던 건 법적 절차보다 집에서의 침묵이었어요. 남편과 제가 같은 공간에 있어도 말이 없었고, 있어도 사건 얘기로만 돌았습니다. 변호사 만나는 날, 재판 일정, 진단서 준비 같은 것들로요. 실제로 우리가 어떻게 상처받았는지, 이 일이 우리 관계에 뭘 남겼는지는 차마 꺼내지 못했습니다.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상담사가 제게 물었어요. 남편과 따로 대화해 본 적이 있냐고요. 사건 해결을 위한 대화가 아니라, 정말로 우리 둘의 감정에 대해서 말이에요. 그때 처음 깨달았습니다. 남편과 저는 같은 배에 탔는데 서로의 방향을 보지 않고 있었다는 걸요.
상담사 권유로 남편과 조용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거실에 앉아서 처음엔 어색했어요. 하지만 남편이 먼저 입을 떼더라고요. 자신이 얼마나 자책했는지, 가족에게 미안한지를 말했습니다. 저도 그동안 남편을 탓했던 마음이 많았다는 걸 말했고요. 눈물이 났어요. 둘 다 울었습니다.
그 대화 이후 집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지만, 적어도 함께 앞을 보는 기분이 들었어요. 점심 먹을 때 뉴스도 보고, 텃밭 얘기도 하고, 가끔은 웃기도 합니다. 변호사한테는 이런 부분이 양형자료에 도움이 되냐고 물었는데,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가족관계 회복의 진정성이 보인다고 했어요.
지금도 힘든 날이 있습니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이 가장 큽니다. 비슷한 상황에 있으신 분들, 꼭 배우자분과 대화 시간을 가져 보세요. 작은 말 한마디가 생각보다 큰 변화를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