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터졌을 때 제일 먼저 무너진 게 밥상이었어요. 남편이 집에 없고, 저는 마음이 온통 법원과 변호사 사무실에 가 있으니까 아이들 밥을 챙기는 게 정말 버거웠습니다. 처음 몇 달은 아이들이 원하는 것만 사줬어요. 라면, 편의점 도시락, 치킨. 뭐라도 빨리 대충 먹이고 싶었거든요.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상담사가 한 말이 자꾸 떠올랐어요. "아이들은 부모의 불안을 제일 먼저 느낍니다. 당신이 안정적일수록 아이들도 안정적입니다." 말은 쉽지만 현실은 정반대였어요. 저는 불안정하기만 했고, 그걸 가장 먼저 느끼는 건 아이들이었죠.
2년이 지나면서 천천히 바뀐 게 있어요. 먼저 토요일 아침만이라도 함께 밥상을 차리기로 했어요. 아이들과 함께. 처음엔 아이들도 어색해했지만, 반복하다 보니 그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텃밭에서 딴 상추를 씻고, 계란을 굽고, 국을 끓이는 그 시간. 아이들이 손을 거들면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나왔어요.
양형자료를 준비할 때 상담사에게 물었던 기억이 납니다. "진단서에 가족 회복 과정을 쓸 수 있나요?" 상담사는 웃으면서 말했어요. 정말 회복이 아닌 것처럼 보이더라도, 함께 밥을 먹고 손을 잡는 순간순간이 모두 기록되고 있다고. 판사가 원하는 건 완벽한 가족이 아니라, 노력하는 과정이라고요.
아이들이 예전처럼 남편을 그리워하고, 밥상을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웃는 모습을 보면서야 제가 얼마나 경직되어 있었는지 알았어요. 사건 후 1년 반까지만 해도 저는 모든 게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가족이 완벽하게 회복되어야 하고, 상담도 마쳐야 하고, 양형자료도 완벽해야 한다고.
지금은 다릅니다. 밥상이 완벽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았어요. 어제는 밥이 좀 탔고, 오늘은 반찬이 부족했지만, 아이들이 옆에 앉아서 "엄마, 이거 맛있어" 하는 말이 전부였어요. 그게 가족이고, 그게 회복 과정이라는 걸 이제 알겠습니다.
혹시 아직도 모든 게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일상의 반복. 함께하는 시간. 그게 자료에도 가장 잘 드러나고, 판사도 그걸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