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있고 나서 한동안 동네 얼굴들을 마주치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누가 알고 있을까봐, 수군거릴까봐 자꾸 눈을 피하게 되더라고요. 남편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런데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상담사가 한 말이 자꾸만 떠올랐어요. '고립이 더 큰 상처를 만든다'는 거였거든요.
그래서 용기를 내서 텃밭 모임에 다시 나갔어요. 작은 밭 몇 평을 함께 관리하는 동네 모임인데, 사실 그 전까지는 핑계를 대고 자꾸 빠졌거든요. 처음엔 어색했어요. 누군가는 알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의외로 사람들은 자기 일에 바빴어요. 상추를 심는 것도, 물 주는 것도 그렇고요.
몇 주가 지나다 보니 달라지더라고요. 한 분이 제 상추가 잘 자랐다고 해주셨고, 나중에 수확한 걸 나눠 먹을 때 아무도 이상한 눈으로 보지 않았어요. 오히려 자연스럽게 함께였어요. 심리상담 기록을 양형자료로 제출할 때 상담사가 써주신 내용 중에 '사회 관계 회복 의지'라는 표현이 있었는데, 그게 정말 실제 행동이 되어야 한다는 걸 느꼈어요.
상담만 받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안에서 배운 걸 실제로 옮기지 않으면 의미가 반쪽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처음엔 모임에 가기 전에 상담사와 불안감을 나눴고, 그 대화가 결국 저를 밖으로 나가게 했거든요. 양형자료를 준비하는 분들 중에 심리평가나 상담을 고민하시는 분들 계실 텐데, 단순히 서류 때문이 아니라 정말 도움이 돼요. 그리고 그 도움이 실제 일상으로 이어질 때 더 의미가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요즘은 모임 날이 기다려져요. 남편도 이제 동네분들과 마주쳐도 인사를 나눠요. 작은 변화지만, 이게 쌓여가는 게 보이는 시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