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에 처음 텃밭을 시작했어요. 사건이 터지고 한참 동안은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힘들었는데, 동네 이모가 자꾸 "일 좀 하지 말고 우리 밭에나 와. 손이 자꾸 바빠야 마음도 덜 헤맨다"고 권했거든요. 처음엔 그저 어딜 가든 시선이 따라다니는 기분이 들어서 마지못해 따라갔는데, 흙을 만지고 씨를 심으면서 뭔가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심리상담은 사건 초기부터 받고 있었어요. 검찰 송치 전에 임상심리사한테 진단평가를 받았고, 그 자료를 양형자료에 포함시켰죠. 상담사는 매번 "외부활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솔직히 그때는 말이 귀에 안 들어왔어요. 처벌받는 것도 불안하고, 가족 일도 정리가 안 되고, 주변 시선까지 신경 써야 하는데 뭘 외부활동을 하라는 건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텃밭에서 토마토 모종을 심으면서 깨달았어요. 처음엔 뭘 잘못 심었나 싶어서 인터넷도 찾아보고, 이모한테도 물어보고, 며칠씩 관찰했거든요. 물을 너무 많이 줘도 안 되고, 햇빛도 제대로 봐야 하고, 벌레도 잡아야 하고. 당연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시간이 걸리고, 그 시간 동안은 다른 생각을 못 해요. 텃밭에 있는 동안만큼은 "내가 지금 뭘 해야 하나" "판사님이 어떻게 판단할까" 이런 생각들이 자동으로 멈춰졌어요.
심리상담사가 "활동의 의미보다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했던 말이 그제야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어요. 한 달에 한 번 가는 게 아니라 거의 매일 가야 하니까요. 6월, 7월이 되면서 토마토도 열리고, 고추도 자라고, 상추도 나오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이게 무슨 대수냐" 싶었지만, 매주 수확한 것들을 이웃에게 나눠주고, 남편이랑 직접 기른 채소로 반찬을 만들어 먹으면서 뭔가 보통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었어요.
법정에서 판사님이 물었거든요. "최근에 사회활동을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그때 텃밭 얘기를 했어요. 매일 가고, 수확한 것들을 나누고, 이웃들이랑 함께한다는 것. 상담기록도 일관되게 있었고요. 그게 큰 감점 요인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됐을 거라고 변호사가 말했어요. 물론 양형자료는 한두 가지로 결정되지 않지만, 적어도 "사건 후에도 성실하게 살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만으로도 달라진다는 걸 경험했어요.
지금도 계절이 바뀌니까 당근도 심고, 배추도 심고 있어요. 텃밭이 뭔가 거창한 치유의 공간은 아니에요. 그냥 흙이고 풀이고 벌레고 햇빛이 있는 곳일 뿐이죠. 하지만 이 공간에서 매일 뭔가를 하나씩 챙기고, 결과를 보고, 그걸 나누면서 서서히 사람 냄새가 돌아왔어요. 양형자료를 준비하는 분들 중에 "뭘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으시면, 너무 거창할 필요 없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상담도 중요하고,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손으로 뭔가를 꾸준히 만들어내는 경험 자체가 기록으로도 남고, 마음으로도 남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