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공판이 진행되면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이 "지금이라도 검찰과 합의할 수 있냐"는 거예요. 저도 처음엔 그 가능성을 몰랐거든요. 송치 후에도 뭔가 협상의 여지가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 경우엔 좀 늦었어요. 검찰 단계에서 이미 기소 의견과 함께 법원에 넘어온 상태였거든요. 변호사 선임 당시에 "지금 이 시점에서 합의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때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제대로 이해 못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검찰도 이미 기소 결정을 내린 후이고, 법원에 사건을 제출한 상태면 검찰의 입장에서는 합의 협상보다는 판단을 기다리는 게 맞다는 걸 깨달았어요.
다만 제 상황에서 배운 건, 합의가 가능한 타이밍이 있다는 거였어요. 입건에서 검찰 송치까지의 그 짧은 기간이 사실 가장 중요했던 거 같습니다. 그 사이에 변호사를 통해 검찰에 의견서를 제출하거나, 처분 전 외래 상담을 미리 받고 진단서를 준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때는 정말 몰랐어요.
제 경우는 검찰 송치 후에야 움직였으니까요. 외래 상담 8회, 정신건강의학과 진단서, 약물 중독 예방 교육 이수증을 모두 자비로 준비했어요. 당시엔 이미 기소가 결정된 뒤였지만, 변호사는 "판사가 양형자료로 참고할 수 있으니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1심 공판에서 그 자료들이 상당히 의미 있게 다뤄졌다고 느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합의라는 게 꼭 검찰과 공식적으로 합의서를 쓰는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더 정확히는 검찰이 기소할 때 "이 사람은 지금 자발적으로 노력 중이다"는 신호를 최대한 빨리 보내는 것이 중요했던 거죠. 그 신호가 공식 합의로 이어질지, 아니면 나중에 판사의 양형 판단에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움직이는 것"이 중요했다는 걸 체감했어요.
현재 1심 결과를 기다리는 입장에서 되돌아보면, 제가 그때 더 빨리 움직였으면 혹은 검찰 단계에서 변호사와 더 적극적으로 협의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지난 일을 후회해봐야 소용없지만요. 만약 지금 입건되거나 송치 단계에 있는 분들이 있다면, 정말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변호사 비용이 부담스럽더라도, 검찰 단계에서의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제 경험상 정말 확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