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초반에는 합의가 필수라고 생각했어요. 주변에서도 "피해자 합의가 없으면 법원이 처벌을 더 무겁게 본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제 경우는 단순 투약·소지였고, 피해자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역발상이 생겼어요. 합의금을 주고받을 대상이 없는데 굳이 누군가에게 돈을 쓸 필요가 있나 싶은 거죠.
검찰 송치 후 처음 만난 검사와의 대화가 턴을 바꿨습니다. 저는 변호사 없이 들어갔는데, 검사가 제 외래 상담 기록과 진단서를 들으며 "이런 자료들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아세요?"라고 물었어요.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합의금이 아니어도 다른 방식으로 검사를 설득할 수 있다는 걸요. 그 다음부터는 전략을 바꿨습니다.
남은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어요. 외래 상담을 추가로 더 받았고, 정신건강의학과 진단서를 갱신했으며, 온라인 중독 관련 교육 과정도 별도로 이수했습니다. 특히 교육 이수증이 생각보다 효과가 있었어요. 저는 단순히 처벌을 받는 게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 중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거니까요. 검사도 그런 의지를 감지하면 다르게 대응합니다.
협상이라고 하면 거창하게 느껴지지만, 사실 검찰 단계에서는 그냥 대화예요. 반성문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종이에 쓴 글자보다는 실제 행동과 준비가 말해주는 게 훨씬 크다는 걸 체감했어요. 제가 준비한 양형자료 묶음을 검사에게 건넬 때, 검사의 표정이 달라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이 사람은 진지하게 준비했구나"라는 신뢰가 생기는 것 같았거든요.
물론 최종 결과는 법원이 내립니다. 검찰 단계에서의 노력이 기소 유예나 선처 의견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저는 현재 1심 판결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되돌아보면, 합의금 없이도 검사와 충분히 협상할 수 있다는 확신은 생겼습니다. 중요한 건 얼마나 진심 어린 준비를 했느냐에요. 그게 말이 안 통하는 것처럼 보이는 형사 절차에서도 통하는 유일한 언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