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처음으로 야근을 했습니다. 사건 이후로는 퇴근 시간에 딱 맞춰 나가려고 노력했는데, 어제는 마감 건이 있어서 남게 됐어요. 처음엔 좀 불안했습니다. 혼자 사무실에 있으면서 자꾸만 생각이 많아지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게 정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을 해야 하는데 일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일이 있어서 남아서 하는 거니까요. 1년 전만 해도 이런 상황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그땐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도 확신이 없었고요. 지금은 적어도 팀장이 나한테 일을 맡기고, 내가 그걸 끝낼 수 있다는 신뢰가 있다는 뜻이잖아요.
야근 후에 집에 가는 지하철에서 아내한테 연락했습니다. 늦을 거라고. 그전엔 이런 거 보고하기가 어색했는데, 어제는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집에 도착했을 땐 밤 10시가 넘었는데 아내가 밥을 따뜻하게 데워뒀더군요. 아들은 이미 잤고요. 밥을 먹으면서 아내가 "일이 잘 풀리나 봐"라고 했습니다. 그냥 그 한마디가 좋았어요.
오늘 아침에 아들이 엄마가 밤에 뭐했냐고 물었대요. 아내가 "아빠 일 마치길 기다렸어"라고 했다더군요. 이런 작은 변화들이 쌓여서 일상이 되어가는 거 같습니다. 양형자료에 뭘 적어야 할지는 변호사랑 상담할 텐데, 이런 게 자연스럽게 드러나면 좋을 것 같아요. 꾸민 게 아니라 실제로 달라진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