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님이 반성문을 제출하라고 했을 때 처음엔 막막했습니다. 뭘 어떻게 써야 하나 싶었거든요. 인터넷에서 본 양식들은 다 너무 거창했고, 법원에 제출되는 거라 생각하니까 손이 떨렸어요. 그래서 일단 손으로 써보기로 했습니다. 컴퓨터로 치면 더 딱딱해질 것 같았거든요.
첫 번째 초고는 그냥 사건 자체를 설명하는 글이 됐어요. 언제 어디서 뭘 했고, 어떻게 잘못됐는지만 늘어놨습니다. 변호사님께 보여드렸더니 "이건 진술서지, 반성문이 아니네요"라고 하셨습니다. 그제야 깨달았어요. 반성문은 내가 뭘 잘못했는지가 아니라, 왜 내가 그런 사람이었고, 지금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써야 한다는 걸요.
두 번째 시도부터는 달라졌습니다. 내가 사건 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부터 돌아봤어요. 직장에서도 그렇게 신경 안 썼고, 가족과도 제대로 대화가 없었고, 자기관리가 전혀 안 됐던 사람. 그런 상태에서 뭔가 잘못될 만한 선택을 했다는 걸 인정하기가 힘들었지만, 글을 쓰다 보니 그게 사실이었어요. 세 번째, 네 번째로 다시 쓸 때마다 더 솔직해졌습니다. 미화하려던 부분들을 빼고, 정말 자기 책임으로 돌릴 수 있는 부분들만 남겼어요.
다섯 번째 버전에선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지를 넣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운동하고, 직장에 성실하게 나가고, 퇴근 후에도 한눈팔지 않고, 가족과 정해진 시간에 밥 먹는 것들. 이런 게 다 반성의 증거가 된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반성문은 죄송합니다만 반복하는 게 아니라, 내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였어요.
글을 여러 번 쓰면서 느낀 건 반성이라는 게 순간이 아니라는 겁니다. 사건 직후엔 진짜 반성하는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일상이 쌓이다 보니 더 깊은 부분들이 보여요. 내가 얼마나 자기중심적이었는지, 결과만 따지고 과정을 무시했는지, 주변 사람들 걱정을 얼마나 무시했는지. 그런 것들을 한 문단 한 문단 담아내는 게 이번 다섯 번째 버전이었습니다.
변호사님이 최종 버전을 읽으시더니 "이제 다르네요"라고 하셨어요. 어떤 표정인지는 잘 못 봤지만, 그 말투만으로도 뭔가 달라진 게 전달된 것 같았습니다. 반성문을 쓰는 과정 자체가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됐고, 그게 지금 내가 아침마다 일어나서 운동할 수 있는 이유인 것 같아요. 거창한 변화가 아니어도, 일상 속에서 조금씩 다른 선택을 하는 것. 그게 진짜 반성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