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재판이 잡혔다.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지만 검사가 항소를 했고, 이제 다시 법정에 서야 한다. 처음엔 좌절감이 컸다. 이미 선고받은 거 아닌가 싶었고, 다시 이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게 막막했다. 하지만 변호사님 말이 맞더라. 항소심은 1심과는 다르게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뜻이다.
지난 1년을 정리해보니 기록할 게 많았다. 출퇴근을 빠뜨린 날이 거의 없었고, 헬스장 회원증도 갱신했으며, 월급을 꼬박꼬박 가정에 넘겼다. 아이들 학원비도 제때 냈다. 이런 것들을 사진으로 남겨두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변호사님이 말한 양형자료가 이런 거구나 싶었다. 선고장에 써 있던 말들, 그게 정말 남은 거라는 걸 다시 느꼈다.
항소심 준비하면서 달라진 점은 1심 공판 기록을 제대로 읽는다는 거다. 1심 때는 정신없이 앉아만 있었는데, 이제는 판사가 뭘 봤는지, 어떤 부분에서 의심했는지 보인다. 그 틈을 메울 수 있는 게 지난 1년의 생활 기록이다.
내일 변호사님과 네 번째 면담이다. 자료를 정리하면서 생각했다. 1심은 선고받는 과정이었다면, 항소심은 내가 정말 달라졌다는 걸 보여주는 과정이 될 것 같다. 다시 옛날로 돌아갈 순 없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