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님이 양형자료에 뭘 넣을지 고민하라고 했다. 판사한테 보여줄 만한 증거인데, 내 경우엔 뭐가 남아있나 싶었다. 그동안 다닌 교육 수료증은 있고, 직장 복귀 증명서도 있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어제 퇴근 후 운동을 마치고 로커룸 거울에 비친 모습을 찍었다. 특별한 사진은 아니다. 땀에 젖은 티셔츠, 지쳐 보이지만 무표정한 얼굴. 그런데 그 사진이 내 상태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사건 초기만 해도 운동을 할 생각이 없었다. 누워만 있고 싶었다. 그런데 6개월 전쯤 헬스장 3개월 멤버십을 끊었다. 처음 몇 주는 정말 힘들었다. 자존감도 없고, 뭘 하든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계속했다. 이제는 주 5회 빠지지 않는다. 회사 동료들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했다.
변호사님한테 물어봤더니, 양형자료는 "평가"가 아니라 "행동"을 기록하는 거라고 했다. 내가 얼마나 진지한지, 얼마나 후회하는지가 아니라, 실제로 뭘 했는지를 보여주는 거다. 그 말을 듣고 좀 편해졌다. 교육 수료증, 직장 출석 기록, 금주 기간, 그리고 운동 기록. 이 모든 게 결국 "나는 여기서 멈춰있지 않는다"는 증거인 거다. 사진 한 장도 그걸 말해준다. 피곤하지만 계속 가고 있다는 걸.
이걸 인쇄해서 넣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내 자신을 위해서 남겨둬야겠다. 1년 뒤에 이 사진을 보면, 그때는 또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