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학교에서 필요하다던 색연필을 사러 나갔다. 아내는 요즘 내가 아이들 심부름을 챙기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작년 이맘때쯤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문구점 주인이 반갑게 인사했는데, 동네에서 본 지 정말 오래됐다는 투였다. 맞다. 작년에는 외출 자체가 꺼려졌으니까.
색연필을 고르다가 아이가 "아빠 이건 어때?" 하고 물었다. 그냥 평범한 일상의 한 장면인데 가슴이 철렁했다. 내가 이런 질문의 답을 다시 해줄 수 있다는 게. 저녁에 아내한테 그 일을 말했더니, 아내가 웃었다. 작은 일처럼 보이지만 이게 다시 돌아온 거라고. 맞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