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을 받아들고 법정을 나오던 날이 아니라, 집에 와서 혼자 앉아있을 때 눈물이 나왔어요. 이상하죠. 그 순간이 더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이 되니까 오히려 담담했던 것 같습니다.
심리상담사 선생님이 1심 선고 일주일 전부터 "판결 후에 복합적인 감정이 올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받아들일 준비를 하라고요. 그래서 그 말을 자꾸만 되새기며 생각 정리를 했는데, 실제로는 준비가 안 되는 거더라고요. 판사님 말씀이 끝나고 법정을 나오는 순간도 마치 남의 일처럼 느껴졌거든요.
집에 와서 남편과 마주 앉았을 때도 말이 없었어요. 변호사님과 항소에 대해 통화하고, 양형자료로 쓸 상담 기록을 정리하라는 얘기도 들었고. 그런데 저녁이 되니까 갑자기 올라오는 감정이 있었어요. 분노는 아니고, 허무함 같은 거였어요. 이 모든 과정이 끝나지 않았다는 걸 다시 깨달은 거겠죠.
다음 날 상담사 선생님을 만났을 때 이 얘기를 했어요. 그러니까 선생님이 "이게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오히려 잘 대처하고 있다"고 해주셨어요. 판결 자체보다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견딜지가 더 중요하다고도요. 항소심 준비 과정에서도 상담 기록을 꾸준히 남겨야 하고, 그게 결국 양형자료가 될 거라는 설명도 들었습니다.
지금은 마음을 다시 추스르고 있어요. 밤에 잘 못 자고 아침을 거르던 예전 습관으로 돌아가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신경 쓰고 있습니다. 텃밭에 나가서 몇 시간을 보내는 것도 도움이 되고요. 이 과정도 길겠지만, 그래도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다는 걸 알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