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터지고 처음 몇 달은 정말 먹고 자는 게 불가능했어요. 밤마다 눈을 감으면 법정 장면이 떠올랐고, 아침이 되면 속이 메스꺼워서 밥을 입에 댈 수가 없었습니다. 남편도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엄마들이 밥을 챙겨주려고 해도 한두 숟갈 떠먹다가 멈추곤 했습니다.
상담사님과 만나면서 그분이 자꾸 "요즘 잠은 어때요, 밥은 먹고 계세요"라고 물어봤어요. 처음엔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몇 달이 지나니까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더라고요. 심리 상태가 바뀌려면 몸부터 안정이 돼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의사선생님 말씀도 마찬가지였어요. 불면증 약도 처방받고, 소화제도 받으면서 조금씩 루틴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제가 한 일은 저녁 10시가 되면 핸드폰을 거실에 놔두고, 침실에서 따뜻한 물을 마시는 거였어요. 처음엔 정말 힘들었지만, 3주쯤 지나니까 몸이 그 시간을 기억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에도 마찬가지로 시간을 정해서 밥을 먹으려고 노력했어요. 처음엔 죽 한숟갈, 그 다음엔 반공기, 이런 식으로 천천히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가장 실질적인 회복의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양형자료 준비하면서 진단서도 받았지만, 실제로 법정에 설 기운을 얻은 건 이런 일상의 작은 변화였어요. 비슷한 상황에 계신 분들이 있다면, 수면제를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약도 필요한 거고, 루틴도 필요한 거예요. 그게 약함이 아니라 다시 일어서기 위한 준비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