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남편이 계란 계란찜을 했어요. 저도 모르게 밥을 한 공기 먹었습니다. 사건 초반부터 지금까지 2년 반, 아침을 건너뛴 날이 더 많았는데 말이에요.
심리상담사분이 작년 여름 처음 만났을 때 가장 먼저 체크한 게 수면과 식사였습니다. 당시 저는 밤 2시간, 3시간 자다가 새벽 4시부터 일어나 있었거든요. 밥은 쌀밥만 봐도 구역질이 났고, 아들이 계속 챙겨줘도 끼니를 못 챙겼어요. 상담사분은 그걸 보고 "생존 모드"라고 표현하셨는데, 그 말이 정확히 맞다고 느껴졌습니다. 몸은 있지만 정신은 사건 밖으로 나올 수가 없었던 것 같아요.
양형자료에 넣을 진단서를 받을 때도 의사선생님이 제 불규칙한 수면과 식이 상태를 기록해주셨어요. 당시엔 그게 감경 사유가 될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변호사님은 "정신적 고통의 객관적 증거"라고 설명해주셨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내용들이 법정에서도 도움이 됐다고 했어요.
요즘은 밥을 먹을 때 "어제보다 나은 하루"라는 생각이 듭니다. 완벽한 회복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걸 배웠거든요. 아직도 밤이 길고 입맛이 없는 날이 있지만, 그럴 때도 있다고 받아들이니 조금 편해졌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있는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금 당신이 밥을 못 먹고 잠을 못 자는 것도, 그것 자체로 이미 충분히 무거운 일을 겪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런 신체 신호를 무시하지 마시고, 전문가와 함께 천천히 다시 맞춰가셔도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