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님이랑 상담할 때 제출했던 반성문을 다시 읽어봤는데, 정말 한심했어요. 처음엔 그게 '반성'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그냥 변명 덩어리더라고요. "잠깐의 판단 실수였습니다" "깊이 있게 뉘우칩니다" 이런 식으로 써놨는데, 읽으면서 내가 정말 이 정도밖에 안 느꼈나 싶더라고요.
사건 직후에는 진짜 혼란스럽고 무섭고 그런 감정들이 뒤섞여 있었거든요. 변호사님도 빨리 제출하라고 했고, 저도 빨리 끝내고 싶었고. 근데 요즘 들어서 집행유예 조건을 지키면서 일상을 살다 보니까 달라진 부분들이 생겼어요. 예를 들어 야식을 못 먹으면서 느낀 것들, 회사에서의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부모님과의 관계 변화 같은 거요.
특히 엄마가 저한테 물어본 질문이 자꾸 떠올라요. "너는 왜 그랬어?" 이 간단한 질문에 처음엔 대답을 못 했거든요. 반성문에선 그럴듯한 이유를 붙였지만, 솔직하게 마주하니까 그게 아니었어요. 그냥 편했고,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고, 생각이 짧았던 거였어요.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이 상황이라는 걸 몸으로 깨닫고 있는 중이에요.
그래서 며칠 전부터 다시 써보기로 했어요. 이전처럼 변호사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나'를 위해서요. 첫 번째 버전에 비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걱정도 되지만, 뭔가 필요한 작업 같아요. 제출할 건 아니고, 그냥 내 기록으로 남길 예정이에요. 나중에 다시 읽었을 때 "아, 내가 그때 이 정도는 느꼈구나"라는 걸 정확하게 알고 싶어요.
헬스장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처음엔 "운동한다"라는 것 자체만으로 의미를 뒀는데, 요즘엔 각 운동이 왜 필요한지, 내 몸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더 자세하게 보이게 되더라고요. 반성도 그런 거 같아요. 처음엔 "반성한다"는 행위 자체가 목표였는데, 이제는 그 안에서 뭘 정말로 깨달았는지가 중요해진 거죠.
다시 써본 첫 문단을 읽어봤는데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더 구체적이고, 더 불편하고, 더 솔직해요. 그게 맞는 거라고 생각해요. 변호사님한테 제출했던 것도 그걸 가지고 판단하신 거고, 이제 남은 건 정말로 스스로와 싸우는 과정인 것 같아요. 집행유예가 끝날 때까지 계속 이런 식으로 단계적으로 생각을 정리해야겠다고 느껴요. 당장은 아무것도 변한 게 없지만, 내 안에서는 분명히 뭔가 움직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