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받은 지 사흘째인데, 아직도 손에서 놨다 들었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변호사님 설명도 들었고, 엄마랑도 함께 읽어봤는데 계속 같은 문장에서만 눈이 멈춰요. 법원이 인정한 제 잘못과 그 결과가 글자로 박혀있으니까 뭔가 다르더라고요. 지금까지는 '아, 이 정도면 대충 이 정도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판사님이 구체적으로 적어주신 내용을 읽으니 정말 현실이 되는 느낌이었어요.
이상한 게, 판결 내용 자체가 예상보다 낫게 나왔다고 변호사님은 설명해주셨는데 왜 이렇게 무거운지 모르겠습니다. 선고 받던 날은 어떻게 법정을 나왔는지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멍했거든요. 그 이후로 며칠은 일을 하면서도 손에 잡혔던 그 종이가 계속 떠올랐어요. 야식도 안 생각나고, 헬스장도 한 이주일 안 갔습니다. 직장 동료들은 이상하게 봤을 것 같은데, 다행히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어요.
어제 처음으로 다시 헬스장에 갔는데, 운동하면서 판결문 생각이 좀 덜했습니다. 무거운 무게를 들면서 생각을 비워야 하니까요. 그런데 샤워하면서 또 생각이 났어요. 이제 이 판결이라는 게 제 인생에 한 자락 남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요. 집행유예 기간이 끝날 때까지 매일 이 종이를 생각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게 좀 막혔어요.
근데 엄마는 다르더라고요. 판결문 읽고는 '이 정도면 잘된 거 아니냐'라고 했어요. 처음엔 엄마도 저랑 비슷하게 충격받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침착했습니다. 변호사님 말도 듣고, 판결 이유도 읽다 보니 어느 정도는 납득이 되는 부분도 있었나 봅니다. 엄마가 제 손잡아주던 그 느낌이 다시 났어요. '우리 이게 전부가 아니다'라는 눈빛이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판결문을 싫어할 게 아니라, 그걸 보면서 제가 뭘 잘못했는지 계속 마주하자고요. 판사님이 적어주신 내용들이 제 잘못을 정확히 지적해줬으니까, 그걸 다시 읽을 때마다 '아, 이 부분을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마음이 완전히 가라앉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이 종이가 제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다는 건 느꼈어요.
내일부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야식도 적당히 먹고, 헬스도 규칙적으로 다니고, 직장에서도 성실하게 일하면서요. 판결은 판결이고, 제 미래는 제가 만드는 거니까요. 앞으로 이 판결문이 제 반성의 증거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