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님께서 양형자료에 들어갈 사진들을 정리해달라고 하셨는데, 이게 생각보다 훨씬 더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집에 있는 사진들을 들었다 놨다 반복하면서 한참을 고민했어요. 어떤 사진이 "좋은" 사진인지,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지가 정확히 무엇인지 헷갈렸거든요.
처음엔 잘 나온 사진들, 좋은 옷 입고 찍은 것들을 고르려고 했습니다. 근데 생각해보니 그건 아닌 것 같았어요. 그냥 평소 제 모습이 나와야 한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등산 다녀와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을 때 손주가 찍어준 사진들, 작은 텃밭에서 고구마 캐던 사진, 옆집 아저씨랑 낚시터 가서 기념으로 찍은 것들을 꺼냈어요.
사진을 고르면서 문득 이 과정 자체가 이상했습니다. 내 모습을 법정에 보여준다는 게, 법관님이 이런 사진들을 보면서 저를 판단하신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표현하기 어렵네요. 부끄러움과 무언가 간절함이 섞여있었던 것 같아요. 평범한 54살 아저씨가 등산도 좋아하고 손주들 자랑하고, 낚시 같은 걸로 시간 보내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달라는 마음일까요.
변호사님이 말씀하신 게 있어요. 사진도 결국 양형자료의 한 부분이고, 법정에서 제가 어떤 사람인지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거라고 했습니다. 범죄를 저질렀던 사람이지만, 동시에 가족이 있고, 일상적인 취미생활을 하고,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걸 말이에요. 처음엔 그게 좀 어색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맞는 말 같습니다.
사진 정리하면서 제 손가락이 떨렸어요. 파일을 정렬하는데 키보드도 자꾸 잘못 눌렀고요. 이게 무슨 큰일인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아내가 옆에서 봤는데, 저한테 "그냥 너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된다"고 말해줬습니다. 그 말이 좀 위로가 됐어요.
내일 변호사님께 이 사진들을 드릴 예정입니다. 이게 어떤 역할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는 느낌은 좀 있습니다. 양형자료 준비 과정이 단순히 서류 채우는 것만이 아니라, 내 자신을 돌아보고 재정의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좀 느껴졌어요. 앞으로 남은 절차들도 그렇게 성실하게 임해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