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내고 한 달쯤 지났는데 요즘 게임이 진짜 재미있습니다. 이상하긴 한데 사건 전이랑 비교하면 손가락 반응 속도가 완전히 달라요. 요즘에야 겨우 알았는데 지난 몇 달 동안 제 실력이 얼마나 떨어져 있었는지를 몸으로 느낀다고 할까요. 당시에는 스트레스가 손가락까지 가는 건지 게임 중에 자꾸 실수를 했어요. 게임 채팅창에서 팀원들한테 욕먹을 정도로요. 지금은 그런 일이 없습니다.
생각해보니 수사 진행 중엔 게임을 해도 집중이 안 됐어요. 게임은 켜놓고 있는데 자꾸 휴대폰을 집어 들었거든요. 검사 소환장이 올 일은 없을까, 변호사 선임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까, 그런 생각들이 게임 중에도 자꾸만 떠올랐습니다. 판결 나올 때까지 그런 상태가 계속됐어요. 판결 받은 다음에도 항소 결정을 내려야 했으니까 마찬가지였고요.
근데 정말 신기한 게 벌금을 실제로 납부하는 순간이 있잖아요. 그 이후로 뭔가 머리가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어요. 그날 저녁에 게임을 켰을 때 손이 움직이는 게 달랐습니다. 조금 과장하면 그런 기분이었거든요. 팀원들도 제가 요즘 잘한다고 말해줬습니다. 실제로 순위가 올라갔고요.
요즘은 야식 먹으면서 게임하는 게 루틴이 됐어요. 피자나 치킨, 가끔 라면을 시켜 먹고 게임을 합니다. 사건 때문에 조심스러웠던 것들을 하나씩 다시 시작하는 건데, 게임이 그중 가장 빨리 정상으로 돌아온 거 같습니다. 직장 복귀도 했고 일상도 거의 돌아왔는데 게임처럼 즉각적으로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게 또 뭐가 있을까요. 집중력, 손 반응, 심지어 판단력까지 수치로 보이니까요.
요즘 생각하는 거는 내 상태가 게임 실력으로 그렇게 쉽게 나타난다는 게 신기하다는 거예요. 스트레스가 많을 때는 게임에서도 떨어지는 거고, 마음이 편할 때는 게임에서도 올라가는 거고. 별 거 아닌 취미 같지만 저한테는 일종의 바로미터가 된 셈입니다. 요즘 게임 하면서 느끼는 건 이전 상태로 정말 돌아왔구나 하는 거거든요. 앞으로도 계속 게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