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님이 반성문을 다시 써보라고 했어요. 지난번 것도 나쁘지 않다고 하셨는데, 양형자료로 제출할 때는 "더 깊이" 있어야 한다고. 그 말을 듣고 며칠을 고민했습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뭘 어떻게 표현해야 법원이 봤을 때 "진심"이라고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자꾸 맴돕니다.
처음엔 구성을 짜보려고 했어요. 사건 전후의 심경 변화, 가정에 미친 영향, 향후 개선 계획 이런 식으로요. 글 자료도 찾아보고 비슷한 사람들 글도 읽어봤습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어색해졌어요. 다들 너무 비슷한 문구를 쓰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피해자분께 진심으로 사죄"부터 시작해서, "이번 사건을 통해 깨달은 점" 같은 표현들. 그런 걸 그대로 따라 쓰면 진짜 반성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싶었는데, 오히려 반대 같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처음부터 생각해봤습니다. 내가 지금 느끼는 게 뭔지, 정말 미안한 건지, 아니면 처벌이 두려운 건지를 구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솔직하게 말하면 둘 다 섞여 있습니다. 당연히 처벌이 두렵고, 동시에 내 행동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 두 가지가 분리될 수 없다는 게, 반성문을 쓸 때 가장 복잡한 부분이에요. 법원에는 뭘 써야 할까요. "나는 지금 처벌이 무서워서 반성하는 것 같다"고 솔직하게 쓰면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요.
변호사님은 "과도하게 자학하지 말되, 책임은 명확하게"라고 하셨어요. 그것도 말은 쉽지만, 실제로 종이 위에 펼칠 때는 정말 어렵습니다. 책임을 명확하게 한다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내 행동의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를 정확하게 들여다봐야 하는데, 그걸 하다 보면 자꾸 현실도피하고 싶어져요. 그래서 밤에 글을 쓸 때 자주 멈추게 됩니다.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멈춰 있고, 커서만 깜빡깜빡입니다.
지난주에 엄마랑 얘기했어요. 반성문 내용을 엄마한테 먼저 말해보자고 생각했거든요. 엄마한테 내 행동이 뭐가 잘못됐는지, 왜 그렇게 했는지를 설명할 때 제일 진짜 같은 표현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엄마 앞에서는 거짓말을 못하니까요. 근데 엄마가 하는 말을 들으니까 더 마음이 무거워졌어요. 엄마는 내가 뭘 했는지 정확하게 다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너는 반성을 해야지, 한 번만 끝내려고 하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이 자꾸 떠올라요.
반성문을 다시 써보려고 몇 번 시도했는데, 아직도 첫 문장에서 자꾸 막힙니다. 어떤 톤으로 시작해야 할까, 너무 무겁지는 않을까, 아니면 더 무거워야 하나 싶고요. 곧 다시 변호사님 사무실을 가야 하니까 그때까지는 어떻게든 완성해야 하는데, 시간이 자꾸만 밀리는 기분입니다. 혹시 이렇게 비틀거리면서 쓰는 게 정상인지도 모르겠어요. 다른 분들은 반성문을 어떻게 완성하셨는지, 그리고 썼을 때 정말로 도움이 됐는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