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초기라고 하면 보통 경찰 단계를 말한다는 걸 이제야 알았어요. 저는 경찰에서 조사받고 넘어간 줄 알았는데, 검찰 단계도 있다니. 며칠 전 검찰청 출석 통지를 받았을 때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마음의 준비도 안 된 채 소환장을 들었거든요.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지 않냐고 물었던 건 상담 전화 받던 곳의 조언이었어요. 근데 현실은 냉정했습니다. 합의금 마련하느라 이미 빠듯한 상황이었고, 국선 변호사 신청 자격이 있는지 확인하려니 절차가 복잡했거든요. 그 와중에 검찰 조사 날짜는 자꾸만 가까워졌습니다. 결국 저는 변호사 없이 혼자 검찰청 문을 열고 들어갔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채 들어간 조사실은 생각보다 덜 무서웠어요. 경찰 조사와는 분위기가 좀 달랐습니다. 검사님은 침착했고, 질문도 명확했어요. 제가 경찰에서 한 진술과 다른 게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 같았습니다. 물론 긴장했지만, 거기서 새로운 말을 꾸미거나 변명하려는 생각은 없었어요. 이미 제가 한 행동은 돌이킬 수 없으니까요.
가장 도움이 된 건 검사님이 "현재 상황 정리해서 반성문 제출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해주신 거였습니다. 반성문을 어떤 식으로 써야 할지 몰라서 고민하고 있던 차였거든요. 그 말씀 덕분에 방향을 잡을 수 있었어요. 검찰 조사는 길지 않았습니다. 서른 분 정도면 충분했던 것 같아요.
나오면서 든 생각은, 이 과정을 혼자 감당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는 거였습니다. 변호사 없이 온 제 선택이 현명했는지는 지금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검사님과의 대면이 제게 준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이제부턴 더 이상 뒷걸음질 칠 수 없다는 것. 제출해야 할 자료들, 작성해야 할 문서들이 남아있고, 그걸 제 손으로 정성스럽게 챙겨야 한다는 걸요.
요즘은 검찰 조사 때 받은 느낌을 붙들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반성문을 쓸 때, 교육 이수를 신청할 때,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요. 이 시간들이 언젠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증거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