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후 처음으로 아내가 나한테 영화 보자고 했어요. 1년 가까이 지나니까 이제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그렇게 어색하지 않다는 뜻인 것 같았어요. 사실 1심 선고받고 한 달 정도는 아내가 나 보기도 힘들어하던 상황이었거든요. 밥도 따로 먹고 침실도 따로 쓰고 말도 꼭 필요한 것만 했던 때가 있었어요.
영화 선택도 아내가 했어요. 가벼운 드라마 영화였는데 중간중간 웃기도 했어요. 자기 옆에 있어도 편하다는 신호인지 모르겠지만 그게 좋았어요. 영화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커피도 마시면서 최근 일상 얘기를 했어요. 직장에서 있었던 일들, 퇴근 후 운동한 것들. 별것 아닌 것들인데 아내가 그냥 들어주고 반응해주니까 마음이 편했어요.
아이들한테는 아직 상황을 완전히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이제 식탁에서 함께 밥을 먹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이 눈치를 봤던 것보다는 덜 불안해하는 것 같아요. 집에 있을 때 더 자연스러워졌다는 느낌이 들어요. 아내도 나도 여전히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지만 이렇게 천천히 일상으로 돌아가는 거겠지 싶어요.
양형자료를 준비하면서 계속 증명해야 했던 게 변화된 생활 태도였는데, 그게 이제 겨우 아내가 옆에서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조금은 다시 생겨났다는 걸 느끼는 단계가 된 것 같아요. 급하게 복구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자연스럽게 시간을 함께하면서 다시 만들어지는 게 맞는 방식일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