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 준비하면서 변호사가 추가로 준비하면 도움이 될 만한 자료들을 계속 언급했는데, 그중 하나가 성인지 교육 이수였어요. 1심 판결문에도 "피고인의 성인식 개선 필요"라는 문구가 명시되어 있었거든요. 처음엔 이게 그냥 판사의 훈계 같은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변호사 말로는 이수 증명서가 실제로 양형자료로 제출되면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지난달에 온라인 기관에서 교육을 신청했습니다. 8시간 과정이었는데, 솔직하게 말하면 처음 며칠간은 거부감이 있었어요. 마치 누군가가 나를 강제로 가르치려 든다는 느낌? 이미 내가 한 행동에 대해 충분히 반성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막상 교육을 들으면서 깨닫게 된 게 많았어요. 내가 반성한다고 생각한 부분과 실제로 내 인식 속에 남아있던 왜곡된 부분들이 얼마나 다른지를요.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피해자 중심적 관점"에 대한 강의였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상황을 어떻게 합리화했는지, 내 입장만 얼마나 앞세웠는지가 명확하게 드러나더라고요. 반성문을 여러 번 쓰면서도 놓쳤던 부분들이 교육을 통해 보였어요. 마치 안개가 걷히는 느낌이었습니다.
교육을 마치고 이수증을 받았을 때는 뭔가 묘한 기분이었어요. 이게 항소에서 양형자료로 제출되면 실제로 효과가 있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지만, 동시에 이 교육이 내 인식 변화의 시작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변호사에게 이수증을 건넸을 때 "좋은 자료입니다"라는 짤막한 평가를 받긴 했어요. 정확히 얼마만큼의 감경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피고인이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는 될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양형자료 준비라는 게 단순히 서류를 모으는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각각의 자료들이 내 변화 과정을 보여주는 흔적들이고, 판사가 그걸 통해 내가 얼마나 진지하게 성찰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거죠. 교육 이수증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이제 남은 시간에 또 어떤 자료들을 준비할 수 있을까를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심리치료 추천서도 받아볼 생각이고, 직장 근황을 담은 편지도 쓸 생각입니다. 항소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과정 자체가 의미 있다고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