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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 받고 석 달, 일상이 돌아오는 속도

🌲· 약 2개월 전· 👁 14· ♥ 1· 💬 2

판결문을 받아 든 그날은 손이 떨렸어요. 집에 와서 남편과 함께 한 줄 한 줄 읽었는데, 예상했던 결과지만 막상 문서로 마주하니 현실이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석 달 정도 지났는데, 요즘 생각해보니 제일 놀라운 건 시간이 정말 그냥 흐른다는 거예요. 슬픔이나 분노가 사라진 건 아니지만, 매일을 버티는 데 그 감정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습니다.

처음 한두 달은 외출이 힘들었어요. 동네 사람들과 마주칠까봐, 누군가 저희를 어떻게 생각할까봐요. 그런데 결국 사는 게 그렇더라고요. 신문 읽듯이 다른 사람 일은 넘어가고, 각자 자기 집 문제가 산더미니까 우리 집을 계속 살펴보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물론 처음엔 섭섭한 시선도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니 그것도 자연스러워졌어요.

남편은 요즘 아침마다 텃밭에 나가요. 저도 작년에 시작했는데, 이제 그게 우리 부부의 말없는 시간이 됐습니다. 판결 이후로는 더 자주 밭을 가는 것 같아요. 작년에 제가 쓴 글들을 다시 읽어보니, 저도 텃밭에서 많이 위로받았다고 했더라고요.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 손으로 흙을 만지고, 물을 주고, 자라나는 것들을 보는 게 이 시기에는 약처럼 작용했어요.

일주일 전에 동네 부녀회에서 자원봉사 모임이 있었어요. 제가 예전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곳인데, 사건 이후로는 당분간 멀어졌습니다. 그런데 회장님이 직접 찾아오셔서 다시 나와달라고 하셨어요. 처음엔 거절하려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 모임이 제 일상의 일부였고, 돌아가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주 처음 나갔을 땐 어색했지만, 부녀회 분들이 처음처럼 대해주셔서 호흡을 맞출 수 있었어요.

아직도 밤에 잠을 설 때가 있습니다. 판결문을 다시 들춰보거나, 혹시 항소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하지만 아침이 오면 밥을 해야 하고, 밭에 물을 줘야 하고, 이웃분들을 만나야 합니다. 그게 지금의 일상입니다.

누군가는 이 시간을 '회복'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냥 '다시 시작'이라고 느껴요. 완전히 처음부터가 아니라, 무게를 한 짐 덜고 걸어가는 느낌이랄까요. 비슷한 상황에 계신 분들이라면 알 것 같아요. 선고 후의 이 시간이 얼마나 애매롭고, 동시에 소중한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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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익명사용자· 약 2개월 전
글을 읽으면서 석 달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의미 있는 기간인지 느껴집니다. 저도 검찰 단계에 있으면서 판결이 나면 그 이후가 어떻게 될까 자꾸만 생각하는데, 선생님 글을 보니 시간이 정말 자기 일을 하는구나 싶네요. 처음엔 모든 게 끝난 것 같은 절망감이 있지만, 결국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자체가 회복 과정이라는 걸 알게 되네요. 특히 텃밭 이야기가 와닿습니다. 저도 뭔가 손으로 하는 작업들이 마음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걸 경험했거든요. 부녀회에 다시 나가신 것도 정말 용기 있는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건 이후에 사람들을 만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저도 예상이 되는데, 그래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기로 선택하신 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제 마음도 조금 단단해집니다. 처벌받는 과정도 힘들겠지만, 그 이후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도 정말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깨닫네요. 앞으로도 응원합니다.
🌲· 약 2개월 전
선고 받고 그 정도 시간이 지나니까 심정이 많이 달라지는군요. 저도 현재 수사 단계라 판결이 언제쯤 나올지 몰라 답답한데, 이 글을 읽으니 그 이후를 조금이나마 그려볼 수 있겠습니다. 텃밭이나 일상 활동 같은 작은 것들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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