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북한산을 다시 올라갔어요. 이번엔 아내랑 함께였는데, 사실 요즘 부부가 함께 산에 가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작년 이맘때 제 일 때문에 집안 분위기가 많이 어두웠으니까요. 그런데 항소 판결이 나고 나니까 아내도 마음이 조금 풀린 것 같았어요. 그래서 "한번 가자"고 했고, 우리 둘 다 좋다고 했습니다.
산에 올라가는 길은 여름이라 사람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중간쯤 올라갔을 때 한 분이 우리 옆을 스쳐 지나갔는데, 나이가 꽤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셨어요. 혼자 가볍게 걷고 계셨어요.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자꾸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그렇게 산에 올라가는 날이 올 거라고요. 그리고 그게 되려면 지금을 잘 견뎌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능선에 올라서니까 서울 전체가 보였어요. 맑은 날씨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멀리까지 보였습니다. 아내가 물을 마시면서 "이 길도 몇 년 만이네" 하고 말했어요. 저는 "그래, 함께 와야 산이지"라고 대답했습니다. 말은 단순했지만, 그 말에는 정말 많은 감정이 들어가 있었어요.
하강길에서 다시 그 할아버지분을 만났어요. 이번엔 앉아 계셨어요. 쉬고 계신 거죠. 우리가 지나면서 "조심하세요"라고 인사를 했고, 할아버지도 "고생들 하네요"라고 하셨어요. 이상하게 그 한마디가 묵직했습니다. 낯선 사람이 건네는 말도 따뜻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집에 내려와서 밤중에 손자 영상통화를 받았어요. 손자가 제 등산 사진을 보고는 "할아버지 산 다니네?" 하고 웃었어요. 손주들이 자라면서 저도 이렇게 산을 걷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더 확실해졌습니다. 단순히 형벌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가족 옆에서 일상을 지켜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번 주말부터 다시 직장에 복귀하게 돼요. 뭔가 처음 나갔을 때처럼 좀 떨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합니다. 항소 판결이 좋게 나왔으니까 이제 정말 새로 시작한다는 심정이거든요. 산 위에서 본 서울처럼, 이제 앞이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이는 느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