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일 많이 하는 일이 달력을 보는 거예요. 외래 상담 날짜, 직장 시간표, 일기 쓸 시간, 운동할 시간... 이걸 한 달 단위로 맞추려니까 생각보다 복잡하더라고요. 처음에는 그냥 스트레스였는데, 최근 몇 달 동안 일정을 정리하면서 느낀 게 있어서 글을 쓰게 됐습니다.
6개월 전만 해도 저는 하루를 버티는 것도 힘들었어요. 외래 상담 날짜는 정해져 있었지만, 그 외에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를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직장에 복귀하면서 일정이라는 개념이 생겼어요. 월급도 받으니까 앞으로의 시간이 '투자'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달까요. 그때부터 달력을 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진짜 답답했어요. 상담 날짜는 정해져 있고, 직장 시간표도 정해져 있는데, 그 사이에 제 시간을 끼워 맞추려니까요. 특히 상담 전날은 마음이 불안했어서 일기를 길게 쓰거나 산책을 오래 하고 싶었는데, 직장 일정이 바뀌면 그게 다 흔들렸어요. 처음 두 달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달력 앞에서 울기도 했고, 일정을 맞추지 못했다고 자책한 적도 많았어요.
그런데 4개월 차부터 뭔가 달라졌어요. 달력을 보는 방식이 바뀐 거 같아요. 상담 날짜를 중심으로 한 달을 둘로 나누기 시작했거든요. 상담 전 주는 '정리하는 주'로, 상담 후 주는 '진행하는 주'로 따로 생각하게 된 거예요. 상담 전에는 일기를 미리 정리하고, 그 주에 있었던 일들을 차근차근 쓰는 방식으로 바꿨어요. 그러면 상담 때 말할 게 명확해지더라고요. 상담 후에는 반대로 새로운 일들을 차례로 진행했어요. 일정을 이렇게 나누니까 훨씬 수월했습니다.
직장 일정도 마찬가지였어요. 처음에는 직장 시간표를 외래 상담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반대로 생각해요. 직장 일정은 이미 정해진 것이고, 상담이나 개인 시간은 그 안에서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요. 이렇게 생각하니까 달력이 덜 압박적이 됐어요. 일정 관리가 곧 스트레스 관리가 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요즘은 매달 첫날에 새 달력을 켜서 상담 날짜부터 표시해요. 그 다음에 직장 시간표를 넣고, 마지막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들, 예를 들면 독서할 시간이나 동물 관련 콘텐츠를 볼 시간을 블록처럼 만들어둡니다. 처음에는 이게 너무 빡빡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이 '약속들'이 저를 지탱해주는 느낌이 들어요. 상담 전문가도 이 방식이 좋다고 했고요.
달력을 보는 방식이 바뀌면서 생활도 조금씩 정리되는 것 같아요. 물론 아직도 가끔은 일정이 틀어지고 불안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달력을 다시 펴서 '다음 달은 이렇게 조정하면 되겠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됐어요. 지금 이 일정들이 다 끝나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현재를 이렇게 앞뒤로 나눠서 관리하는 게 저한테는 꽤 실질적인 방법이 된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