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읽던 소설을 어제 드디어 다 읽었어요. 사실 예전처럼 책을 손에 집어 들기가 쉽지 않았는데, 최근 몇 개월 동안 조금씩 다시 시작하고 있어요. 처음엔 집중력이 정말 떨어져 있었어요. 한 페이지를 읽어도 내용이 안 들어오고, 같은 문장을 다섯 번은 읽었던 것 같아요. 상담을 받으면서 이런 것도 증상이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처음엔 너무 자책하지 말고 짧은 글부터 시작해보라는 조언을 받았어요.
그래서 처음엔 에세이부터 시작했어요. 한 편에 10분 정도면 끝나는 분량들이었어요. 그걸 3주일 정도 했더니 조금씩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그 다음에 시집을 한 권 샀고, 또 그 다음에 단편 모음집을 읽었어요. 책장 위에 쌓여 있던 것들을 천천히 건드려보는 시간들이었어요. 이게 지금 한 달 반 정도 돼서, 드디어 장편 소설을 손에 집을 수 있게 됐던 거예요.
책 읽는 걸 다시 시작하면서 느낀 게 있어요. 내 마음이 다시 누군가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다는 거였어요. 소설 속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고, 그 사람이 마주한 선택지를 함께 고민하고, 결말에서 뭔가 한숨을 쉬는 기분. 이런 경험들이 오래간만에 돌아온 거였어요. 외래 상담을 받고 있지만, 내 머리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책 속에서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보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그게 아주 작은 위로가 됐어요.
요즘 도서관에 들어가는 게 재미예요. 예전엔 도서관 가면 할 일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냥 구경 다니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새로운 책들도 보고, 읽고 싶은 책 리스트도 만들고. 어제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바로 다음 책을 빌려왔어요. 이미 1장을 읽었는데 이것도 금방 빠져들 것 같아요.
일기도 계속 쓰고 있지만, 요즘은 일기에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써요. 그날 읽은 부분에서 뭔가 느껴지는 구절도 적고, 그 구절이 내 마음에 왜 닿았는지도 풀어서 써봐요. 상담선생님도 그게 좋다고 하셨어요. 내 감정을 다시 정렬하는 시간이 된다고요. 책도 읽고, 일기도 쓰고, 그 과정에서 내 마음도 조금씩 정리되는 것 같아요.
작은 성취감이지만, 책 한 권을 끝냈다는 게 요즘 내게는 꽤 큰 의미가 있어요. 그것도 처음엔 한 페이지도 어려웠던 상태에서. 이렇게 천천히 올라오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상담도 6개월째인데, 이런 작은 변화들이 모여서 뭔가 내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걸 알게 해줍니다. 다음 주에 상담 받을 때 이 얘기를 해야겠어요. 선생님도 좋아하실 것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