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가 거의 다 됐다고 생각했는데 변호사가 동기 진술서를 다시 써야 한다고 했어요. 처음엔 좀 의아했습니다. 반성문도 있고 합의서도 있는데 뭐가 더 필요한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 동기 진술서는 판사가 양형을 결정할 때 정말 중요한 자료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변호사 말로는 반성문은 "내가 얼마나 잘못했는가"를 쓰는 거고, 동기 진술서는 "왜 그 상황에서 그렇게 행동했는가"를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거라고 했어요. 같은 것처럼 들리지만 판사 입장에서는 완전히 다른 정보라는 겁니다. 특히 우발적 폭력이나 상호 폭행 사건에서는 더 그렇다고 합니다. 판사가 "피고인이 정말 그 순간에 어떤 심정이었는지" "어떤 자극이 있었는지"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었는지"를 판단하려면 동기가 명확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제 경우엔 처음 쓴 동기 진술이 너무 자기합리화로 가득 찼어요. 상대방 탓을 하면서 내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느낌이 묻어났다고 합니다. 변호사가 지적한 부분을 수정하면서 객관적이고 담담한 톤으로 다시 썼습니다. 같은 내용이어도 표현 방식이 바뀌니까 판사가 읽었을 때 받는 느낌이 확실히 달랐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놀랐던 건 동기 진술서가 합의금 규모나 반성문 진정성과 함께 고려되면서 최종 양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변호사가 비슷한 판례들을 보여주면서 설명해줬는데, 동기가 명확하고 자신의 잘못을 객관적으로 인정한 사건들이 감경 폭이 더 컸어요. 지금 다시 쓰고 있는 동기 진술이 그래서 더 신경 쓰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