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이제 본격적으로 반성문을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주에 변호사님과 상담할 때 처음 제출했던 제 초안을 봤는데, 솔직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변호사님이 지적한 게 뭐냐면, 제가 쓴 글이 사건의 경위만 나열하고 있다는 거였어요. 마치 보험사에 보험금 청구할 때 쓰는 사고 경위서 같다고 하셨어요.
"반성문은 판사가 읽는 거고, 양형자료의 핵심입니다. 당신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그 과정에서 뭘 잘못 생각했는지, 그리고 지금 그걸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는 거예요. 사건의 시간 순서가 아니라 자신의 심리 변화를 써야 합니다"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나서 제가 뭘 놓쳤는지 알겠더라고요. 저는 그날 상황을 "A가 먼저 했고, 그래서 나도 했고, 그 다음에 이렇게 됐다"는 식으로 구성했거든요. 마치 객관적인 관찰자 입장에서 쓴 것처럼요. 그런데 반성문이라는 게 결국은 "내가 왜 욱했고, 그게 잘못된 판단이었으며,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담아야 하는 거더라고요.
두 번째 버전을 쓸 때는 그날 아침부터의 심리 상태를 먼저 적어봤어요. 일이 잘 안 풀린 날이었고, 기분이 안 좋은 상태에서 상대방과 만났다는 거. 그리고 상대방의 언행이 자극이 됐을 때, 저는 그걸 "나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였다는 거. 그게 핵심이더라고요. 객관적으로 보면 상대방도 자기 입장이 있었을 텐데, 저는 제 감정 상태를 기준으로 모든 걸 해석했다는 걸 글에 담으려고 했어요.
변호사님은 또 다른 부분도 지적하셨는데, 제가 "상대방도 문제가 있었다"는 식의 표현을 자주 썼다는 거예요. 양형자료로서의 반성문은 상대방을 평가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하셨어요. 제가 뭘 못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에만 집중해야 한다고요. 지금 생각해보니 이건 합의 과정에서도 중요한 포인트였어요. 상대방을 비난할수록 합의가 지연되더라고요.
세 번째 버전부터는 "나는 왜 그 순간 참지 못했나"에서 출발했어요. 감정 조절 능력의 부족, 상황 판단의 오류, 그리고 충동성. 이런 걸 구체적으로 썼어요. 그리고 요즘 뭘 하고 있는지도 담았어요. 교육을 받으면서 느낀 것,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깨달은 것, 같은 실수를 안 하려고 뭘 준비하고 있는지.
이 과정이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남 탓을 하지 않으면서도 솔직하게 쓰는 게, 그리고 자조적이지 않으면서도 진정성 있게 쓰는 게. 변호사님이 말씀하신 대로, 반성문은 결국 "나는 지금 이전과 다른 사람이다"라는 걸 보여주는 거더라고요. 판사에게 설득력 있게요.
지금 네 번째 버전을 손질하는 중인데, 아직도 어색한 부분이 많아요. 하지만 처음 버전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어요. 양형자료라는 게 단순히 서류가 아니라, 결국 내가 어떤 변화를 보였는가를 판사에게 증명하는 과정이라는 걸 이제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