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터지고 석 달쯤 지났을 때 가장 두려웠던 게 직장 복귀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합의가 언제 될지 몰랐고, 검찰 송치도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휴직 중이었는데 회사에서는 자꾸만 복귀 일정을 물어왔어요. 변호사님은 합의가 나기 전에 복귀하면 직장 동료들이 알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습니다. 맞는 말이었어요. 사건 자체도 부끄러운데, 직장까지 엉망이 되면 양형 자료로 악영향을 미친다는 거였어요. 신원 조회, 동료 진술, 근무 태도 변화 같은 것들이 검사와 법원 눈에 들어간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래서 합의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었어요. 합의금이 큰 부분이었지만, 동시에 반성의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상대방도 피해자로 입건된 상황이었고, 저도 가해자로 기록되어 있었으니까요. 변호사님은 합의서에 합의 시점, 합의 경위, 피해자의 용서 의사가 명확하게 드러나야 양형에서 감경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어요. 합의가 빠를수록, 그리고 자발적일수록 좋다는 겁니다. 저는 그 조언에 따라 상대방 측에 먼저 손을 내밀었고, 중간에 울컥한 순간들도 있었지만 일단 서로 만나서 마주앉을 수 있었어요.
직장 복귀 전 합의를 끝내겠다는 목표가 생기니까 마음가짐이 달라졌습니다. 합의금 분할 계획도 더 현실적으로 세웠어요. 월급에서 조금씩 떼어내는 방식으로 상대방 측과 약속했는데, 그 과정에서 저의 경제 사정과 성실성을 보여줄 수 있었거든요. 검찰 입장에서도 합의가 이루어진 후의 이행 능력을 평가하니까요. 반성문도 여러 번 다시 썼어요. 처음에는 자기합리화가 들어가 있었는데, 변호사님이 읽고 "이건 반성이 아니라 변명처럼 보인다"고 지적해줬어요. 그 말이 마음에 팍 들었습니다.
결국 합의는 검찰 송치 후 한 달 반쯤 뒤에 성사됐어요. 직장 복귀는 합의서 원본이 나온 후 즉시 신청했고, 회사에는 개인 사유로 휴직했다고만 했습니다. 동료들 앞에서는 신경 써줬다고만 인사했어요. 합의 사실을 직장에 알릴 필요는 없거든요. 다만 복귀 후 근무 태도가 더 신실해야 한다는 걸 명심했어요. 합의가 끝났다고 해서 사건이 끝난 게 아니니까요. 검찰 수사도 계속되고 있었고, 나중에 법원에서 양형할 때 직장 복귀 후의 태도도 보게 된다고 변호사님이 말씀하셨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니 합의 타이밍이 그렇게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처벌 감경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자신이 한 잘못을 받아들이고, 상대방과 마주하고, 그걸 이행하는 과정 자체가 진정한 반성을 만드는 거 같아요. 합의 전에는 계속 변명하고 싶었는데, 합의서에 서명하고 첫 번째 합의금을 이체하는 순간 제 마음가짐이 확실히 달라졌거든요. 직장 복귀를 앞두고 합의를 끝내려는 마음가짐이 저를 그쪽으로 이끈 것 같습니다. 누구나 사회생활을 유지하고 싶어 하니까요. 그 마음이 결국 합의로 이어졌고, 그게 양형자료로도 가장 좋은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