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법원에서 지정한 성범죄 교육을 마쳤습니다. 12시간 과정이었는데, 처음엔 이게 정말 필요한 건지, 아니면 그냥 절차상 형식인지 구분이 안 갔어요. 근데 다 듣고 나니 생각이 좀 달라졌습니다.
교육 자체는 의외로 실질적인 내용이 많았습니다. 자신의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내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를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시간이었어요. 처음엔 억지로 앉혀있는 느낌이었지만, 강사 선생님이 설명하다 보니 제 자신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 속에 있었는지 깨달았습니다. 특히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부분에서 가슴이 철렁했어요.
문제는 이 교육 이수 증명서가 항소심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변호사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증거가 되니까 좋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판사가 이걸 얼마나 진지하게 평가할지는 의문입니다. 1심 판사는 이미 결론을 내렸고, 항소심 판사는 제가 이 교육을 받은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반성한 척하려고 하는 건 아니었어요. 진심으로 배우고 싶었고, 실제로 배웠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양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까요.
이제 교육 이수 증명서, 반성문, 합의 사실이 모두 준비됐습니다. 변호사와 계속 항소장을 다듬고 있는데, 이런 양형자료들이 정말로 효과가 있다면 지금 심정이 조금 더 가벼울 텐데요. 항소를 준비하면서 느끼는 것은, 법정에 가는 것 자체보다 이 모든 것을 준비하는 과정이 훨씬 더 정신적으로 힘들다는 점입니다. 뭔가 빠뜨린 게 있을까봐 자꾸만 확인하게 되고, 정말 이 정도면 충분할까 하는 의심이 계속 듭니다.
아내와 얘기할 때도 조심스러워요. 교육을 받았다고 하니까 "그래도 좋은 신호 아니냐"고 하긴 하는데, 그 말 속에 기대감이 담긴 걸 느끼면 더 책임감이 무거워집니다. 만약 항소가 기각되면, 이 모든 준비가 의미가 없었던 걸까요. 아니, 의미 자체는 있었을 겁니다. 저도 많이 배웠고, 정말로 깊이 반성했으니까요. 하지만 법원이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남은 건 허무감뿐입니다.
항소심까지 가는 길이 이렇게 지루할 줄은 몰랐어요. 선고날만 해도 마음이 자주 떨렸는데, 지금은 그보다 다른 종류의 피로감을 느낍니다. 희망도 필요하고 현실적인 준비도 필요한데, 그 균형을 잡기가 어렵네요. 일단 변호사를 믿고 가는 수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