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 받고 사흘 뒤에 집사람이 다 알게 됐습니다. 저도 숨길 생각은 없었는데, 일을 미루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반성은 정말 깊게 하고 있었어요. 밤마다 판결문을 읽고, 법원에서 지적한 부분들을 하나씩 되짚어봤습니다. 잘못을 모르는 게 아니라 너무 잘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아내 앞에서 항소장을 준비하니까 다른 거였어요. 반성문은 피해자와 법원을 향해서 쓰는 것 같은데, 항소장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판사의 양형 기준이 과하다고 주장하는 것, 유사 판례를 찾고 법적 논거를 세우는 것—이 과정 자체가 마치 처벌을 피하려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아내 눈에도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았어요.
변호사는 항소는 당신의 권리라고 했습니다. 양형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싸우는 것이 맞다고요. 하지만 집에서는 조용했습니다. 아내는 제 반성 자체는 믿는 것 같은데, 동시에 항소하려는 저를 보면서 뭔가 불편한 기분을 느끼는 게 보였어요. 피해자와의 합의 과정에서도 그렇고, 교육도 다 이수했는데, 왜 또 법정에서 싸우냐는 심정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상하게도 가장 힘든 순간이 법정이 아니라 집 거실에서 변호사가 준 유사 판례들을 읽고 있을 때였어요. 아내가 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까요. 내가 정말 반성하는 건지, 아니면 처벌을 피하려고 발버둥치는 건지 스스로도 헷갈리게 됐습니다. 당연히 둘 다일 수도 있다는 걸 알지만요.
가족 관계를 회복하는 것도 양형자료가 될 수 있다고 변호사가 말했습니다. 그래서 더 복잡해졌습니다. 반성도 해야 하고, 항소도 해야 하고, 아내와의 신뢰도 다시 쌓아야 하는데, 이 세 가지가 모두 다른 방향을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