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직후 집에 있을 때만 해도 부모님이랑 말을 제대로 못 했다. 엄마는 계속 울고, 아버지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외래 상담을 시작하면서 상담사가 "가족 관계 복원도 중요한 기록"이라고 했을 때는 솔직히 와 닿지 않았다. 처벌만 줄어들면 다 됐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복직하고 생활이 패턴화되니 달라졌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출근 준비하고, 밤에 피곤해서 일찍 자는 게 반복되다 보니 집에서도 차분해졌다. 어제는 아버지가 저녁 먹으면서 회사 일을 물었고, 나도 자연스럽게 얘기했다. 작은 일이지만 그 시간이 꽤 길었다.
외래 상담 기록지에도 "가족 관계 개선 중"이라고 적혀 있는데, 변호사가 말하기로는 법원에서 이런 부분도 본다고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규칙적인 생활이 가족과의 대화까지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 같다. 양형자료라고 의식하지 말고 그냥 살아내는 게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