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기한이 얼마 안 남아서 변호사님이랑 급하게 만났어. 1심에서 받은 판단이 너무 가혹하다고 느껴졌거든. 물론 내가 한 짓이 잘못된 건 맞는데, 양형이 좀 과하지 않나 싶었어. 변호사님도 비슷한 사건들 봐왔으면서 충분히 항소 이유가 있다고 해줬어. 그 말 듣고 조금 마음이 놨어. 혼자 고민만 했으면 포기했을 거 같은데.
지난 2주는 진짜 바빴어. 1심 판결문을 정독하고, 변호사님이 보내준 법원 판례들도 읽고, 기존 사건 기록들 중에 뭘 다시 제출할지 선별하는 작업도 했어. 일하면서 하기엔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어. 퇴근하고 밥 먹고 잠깐 쉬다가 다시 서류 펼치고... 이게 반복되니까 피곤함이 장난 아니더라. 야식도 많이 먹게 되고 ㅋㅋㅋ 헬스도 제대로 못 갔어. 원래 3일에 한 번씩 가던 짐을 거의 안 간 지 한 달이 넘었어.
항소장 완성하고 제출했을 때 느낌이 참 묘했어. 안도감도 있었지만 동시에 이제 시작이라는 불안감도 있었어. 1심에선 증거를 덜 준비했다고 후회도 했고, 이번엔 더 철저하게 준비한 것 같긴 한데 정말 받아줄지 모르겠더라. 변호사님 경험상 항소에서 뒤집힐 가능성도 있긴 하대. 완전히 뒤집히진 않더라도 조금이라도 감경되면 좋겠어.
요즘 생각해보니까 1심 때와는 다르게 마음가짐이 좀 달라진 것 같아. 처음엔 판결 자체가 형벌이라고 느껴졌는데, 이제는 이게 과정이라고 봐. 항소가 있고, 또 그 다음이 있을 수도 있고. 그걸 받아들이니까 심리적으로 좀 편해진 거 같아. 직장에선 별 변화가 없어. 회사 사람들은 내 상황을 아무도 모르고, 그게 다행이라고 생각해. 조용히 일하고 조용히 개인적인 일 처리하는 게 최선이야.
변호사님이 다음 단계 진행 일정도 설명해줬어. 항소심 법원이 배정되면 보내준대고, 그 다음에 또 준비 과정이 있을 거라고. 지금은 그 통지 기다리면서 일상적으로 생활하면 된다고 했어. 일하고, 집에 가고, 밥 먹고, 가끔 친구들 만나고. 평범하게 사는 게 지금으로선 가장 중요한 거라고. 맞는 말이긴 한데 항상 마음 한구석에 이 일이 걸려있는 느낌은 아직도 있어.
근데 이 과정을 거치면서 느낀 게 있어. 내가 법적으로 어떤 입장에 있는지, 판사가 뭘 보는지, 변론이 왜 중요한지 이런 것들을 이전보다 훨씬 잘 알게 됐다는 거야. 약간 아이러니하긴 한데, 이런 일을 겪으면서 배우는 게 많더라.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걸 알게 되니까. 그래도 이런 경험 없이 평범하게 살 수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말이야.
이제 항소심 결과를 기다리면서 또 시간이 지나갈 거 같아. 보통 몇 달 걸린대고. 그동안 직장도 잘 다니고, 건강도 챙기고, 판결 날이 오면 그때 또 받아들이면 되는 거겠지. 요즘 그런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 지내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