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터진 지 한 달쯤 지났을 때 아내가 처음 법정에 따라왔어요. 그전까진 제가 알아서 하라고 했는데, 변호사가 "배우자 동행이 양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조언해서요. 그날 아침 아내 얼굴이 창백했던 게 지금도 생각나네요.
법정에 들어가기 전에 변호사가 따로 말해줬어요. 배우자가 옆에 앉아있는 것 자체가 "가정이 유지되고 있다", "본인을 지지하는 가족이 있다"는 신호라고요. 판사들은 이런 부분을 은연중에 본다는 얘기였어요. 실제로 법정에서 판사가 한두 번 아내 쪽으로 시선을 보냈던 것 같아요. 직접적으로 뭔가 묻지는 않았지만요.
제일 놀랐던 건 반성문 작성할 때였어요. 변호사가 "가족 관계가 얼마나 흔들렸는지, 그리고 가족이 본인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쓰면 좋다"고 했거든요. 저는 "회사 동료들 앞에서 창피를 당했다"는 식으로만 생각했는데, 판사 입장에선 "이 사람이 가족 앞에서 어떤 모습일 수밖에 없게 됐는가"가 훨씬 더 무겁다는 거더라고요. 그제야 아내를 제대로 마주봤던 것 같아요.
나중에 변호사한테 물어봤더니, 쌍방 사건일수록 가족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했어요. 상대도 입건되고 합의도 쌍방이 되는 상황에서 판사는 "피고인이 얼마나 책임감 있는 사람인가"를 재는데, 그게 가정에서의 모습에서 읽혀난다는 뜻이었거든요. 결국 아내가 법정에 온 것, 반성문에 가족 관계를 넣은 것, 이런 게 다 연결되어 있었던 거네요.
합의 완료되고 최종 결과 나올 때까지는 아직 멀었지만, 이 과정 자체가 저한테는 꽤 의미 있었어요. 법적인 대응만 생각했던 게 아니라, 가정을 어떻게 복구할 것인가까지 고민하게 됐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