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선고 후 항소를 결정했을 때, 변호사가 "지금이라도 합의 자료를 추가로 제출할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때 좀 황당했습니다. 이미 합의를 했는데 왜 또 합의 얘기를 하냐 싶었거든요. 그런데 알아보니 상황이 달랐네요.
1심에서는 사건 초기에 빠르게 합의를 진행했어요. 상대방도 원했고, 저도 어서 마무리하고 싶었고. 그래서 3개월 정도 만에 합의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때는 반성의 진정성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합의금을 주고 서명하는 것만으로는 법원이 "정말 뉘우쳤구나"라고 봐주기 어렵다는 뜻이었습니다.
항소심 과정에서 추가 자료들을 준비했어요. 합의 후 상대방과의 카톡 기록 중 "괜찮아졌다"는 내용들, 그리고 제가 실제로 상담을 받고 분노 조절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록 같은 것들을 모았습니다. 처음에는 이미 합의했으니 뭐가 더 필요한가 싶었는데, 변호사 말이 맞더라고요. 합의 시점이 빠를수록 "돈이 먼저고 반성은 나중"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겁니다. 반대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실제 행동 변화를 보여주면서 합의한다면, 판사가 "이 사람이 정말 깨달았구나"라고 평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거였어요.
항소심 준비 중에 동기 진술서도 새로 작성했습니다. 1심 때와 달리 "왜 그런 행동을 했는가"에서 시작해서 "지금 무엇이 바뀌었는가"까지 구체적으로 썼어요. 단순히 "죄송합니다"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어떤 식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조언을 받았습니다.
아직 항소심 선고가 남아 있지만, 이 과정을 거치면서 느낀 게 있어요. 합의 자체보다는 "왜 합의했는가", "언제 합의했는가", "합의